
기타 민사사건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에서 각 점포의 업종이 지정되어 분양되었으나, '홈인테리어'로 지정된 점포의 임차인인 채무자가 '약국' 영업을 시작하여 '약국'으로 지정된 점포의 소유자인 채권자가 영업 금지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상가 분양 시 정해진 업종 제한 약정이 유효하며, 관리단 집회에서 이를 폐지하더라도 기존 지정업종 입주자의 동의가 없으면 무효라고 판단하여, 채무자의 약국 영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2002년에 분양된 'D' 상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상가 분양 당시, 각 점포에는 미리 특정 업종이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채권자 A는 2005년에 '약국'으로 지정된 H, I호 점포를 매수하여 해당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또는 임차인을 통해 운영). 그런데 '홈인테리어'로 지정되었던 E호 점포를 임차한 채무자 B가 2019년에 약국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채권자 A는 자신의 독점적인 약국 영업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채무자 B에게 약국 영업을 중단해달라는 영업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채무자 B는 과거 관리단 집회에서 업종 제한 약정을 폐지하기로 결의했으므로, 채권자 A에게 독점영업권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상가 분양 당시 지정된 업종 제한 약정이 현재까지 유효하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상가 관리단 집회에서 이 업종 제한 약정을 폐지하기로 한 결의가 기존 지정 업종 입주자의 동의 없이도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B가 서울 강남구 C에 있는 'D' 상가 E호 점포에서 약국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영업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이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단, 이 명령은 채권자 A가 결정 고지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채무자를 위한 담보로 1억 원을 공탁하거나, 같은 금액의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습니다.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 즉 담보 없는 명령이나 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 요청은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무자 B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상가 분양 시 각 점포에 업종이 지정된 경우, 해당 점포를 분양받거나 매수하거나 임차한 모든 당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호 간에 업종 제한 약정을 준수하기로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약국 업종으로 지정된 점포의 소유자인 채권자 A는 업종 제한 약정을 위반하여 약국 영업을 하는 채무자 B에 대해 영업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채무자 B가 주장한 관리단 집회의 업종 제한 폐지 결의는 기존 지정 업종 입주자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과거 판결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무자 B의 약국 영업으로 채권자 A의 임차인이 영업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하여 영업 금지 가처분 명령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채무자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별도로 간접강제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상가 건물의 '업종 제한 약정'의 유효성과 관리단 집회 결의의 효력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업종 제한 약정의 법리: 상가 점포를 분양할 때 각 점포의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해당 점포를 분양받은 사람이나 그 점포를 다시 매수한 사람, 또는 점포를 임차한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 내 다른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서로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 제한 의무를 지키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는 상호 간에 업종 제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약정을 위반하여 영업을 할 경우, 이로 인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사람은 동종 업종의 영업 금지를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 등 참조) 관리단 결의의 효력과 기존 지정업종 입주자의 동의: 상가 관리단 집회에서 분양계약상의 업종 제한 약정을 변경하거나 폐지하는 결의를 하더라도, 이는 관리단 자체의 정관이나 자치규약 또는 관리규약에서 정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존의 지정업종 입주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러한 동의 없이는 해당 결의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상가에 관한 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다65842 판결 참조) 이는 독점적 업종 영업권을 가진 사람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가처분: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은 채권자가 권리 보전을 위해 임시로 처분을 구하는 제도로,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의 약국 영업을 임시로 금지함으로써 채권자의 영업 이익 침해를 막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가처분은 피보전권리(보호받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긴급성)이 소명되어야 법원에서 인용하며, 채무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일정 금액의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상가를 분양받거나, 매수하거나, 임차할 계획이 있다면 해당 점포는 물론 주변 점포에 지정된 업종 제한 약정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특정 업종의 독점적인 영업권을 기대한다면 분양계약서, 임대차계약서, 관리규약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다른 점포에서 지정된 업종과 다른 영업을 시작하여 본인의 영업 이익에 침해가 발생한다면, 영업 금지 등의 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방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상가 관리단 집회에서 기존의 업종 제한 약정을 변경하거나 폐지하기로 결의하더라도, 이는 해당 약정에 의해 독점적 영업권을 가진 기존 입주자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유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관리단 결의만으로 기존의 독점적 영업권이 사라진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영업 금지 가처분 신청 시에는 법원이 채무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에 대비하여 채권자에게 일정 금액의 담보(현금 공탁 또는 지급보증보험증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상대방이 영업을 계속한다면, 별도로 '간접 강제' 신청을 통해 위반행위 1일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1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2017
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 2022
창원지방법원마산지원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