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비 후보로 궁궐에 온 연우와 보경... 왕세자 이훤은 연우를 맘에 두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경의 아버지 윤대형과 정치적 연대를 맺고 있던 대왕대비 윤씨는, 연우가 아닌 보경을 세자비로 책봉하기 위하여 도무녀 장씨를 교사하여 연우를 죽이라고 명하였습니다. 대왕대비의 명에 따라 도무녀 장씨는 연우에게 먹일 독약을 준비하였으나, 연우는 제3자인 윤대형의 지시를 받은 한재길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법에 따르면, 연우를 죽이라고 명한 대왕대비 윤씨는 무슨 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 주장 1
양명 : 대왕대비의 명을 받은 도무녀 장씨가 연우에게 먹일 독약을 준비하였고, 비록 한재길이 연우를 죽이기는 하였지만 연우가 죽은 것은 사실이니까, 대왕대비는 살인죄의 교사죄로 처벌해야 함이 마땅하지!
- 주장 2
설이 : 대왕대비를 엄벌하고 싶은 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도무녀 장씨에 의해 연우가 죽은 것은 아니니까, 도무녀 장씨는 살인미수! 따라서 대왕대비도 살인미수의 교사죄로 처벌받아야 해.
- 주장 3
형선 : 우리 세자전하께서 사랑하는 연우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능지처참에 처해야 함이 맞지만, 도무녀 장씨가 연우를 죽일 의도로 독약을 준비한 것만으로는 살인행위의 착수가 없다고 봐야 해. 따라서 도무녀 장씨는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 밖에 없고 대왕대비 역시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밖에 없어.
정답 및 해설
형선 : 우리 세자전하께서 사랑하는 연우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능지처참에 처해야 함이 맞지만, 도무녀 장씨가 연우를 죽일 의도로 독약을 준비한 것만으로는 살인행위의 착수가 없다고 봐야 해. 따라서 도무녀 장씨는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 밖에 없고 대왕대비 역시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밖에 없어.
대왕대비 윤씨는 도무녀 장씨로 하여금 연우를 죽이라 명했으므로, 이것은 살인의 교사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자의 교사행위뿐 아니라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이미 대왕대비 윤씨의 명에 따라 도무녀 장씨가 이를 수락하였기 때문에 교사자의 교사행위는 인정됩니다. 그렇다면 정범의 실행행위가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도무녀 장씨는 연우를 죽일 의도로 그 도구인 독약을 준비하였으나 실제로는 연우가 제3자인 한재길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으므로, 도무녀 장씨의 위와 같은 행위는 단순히 범행에 사용할 범행도구의 제조나 준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것만으로는 살인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64 판결 참조). 결국,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할 수 있을 뿐이므로(「형법」 제31조제2항), 도무녀 장씨는 「형법」 제255조에 따라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 있고, 이를 교사한 대왕대비 윤씨 역시 살인죄의 예비ㆍ음모로 처벌할 수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