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 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 A는 필리핀 마닐라 및 중국 마카오에서 원정 도박자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무등록으로 환전 업무를 영위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고 도박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도박장소 개설에도 가담했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도박장소 개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도박방조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원심 판결은 전부 파기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17년경부터 2019년 1월경까지 필리핀 마닐라나 중국 마카오에서 'L'이라는 상호의 카지노 에이전시를 운영했습니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원정 도박자들에게 호텔 카지노 내 '정켓방'을 알선하고 도박 자금을 빌려주었으며, 현지에서 칩으로 도박 자금을 대여한 후 국내에서 원화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무등록 환전업을 했습니다. 또한 도박자들을 카지노나 정켓방으로 안내하고 자신의 롤링 어카운트를 빌려주었으며, 도박자들이 베팅한 금액의 약 1.4%에 해당하는 '롤링피'를 대신 받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를 통해 정켓방 개설에 가담했다고 보아 도박장소개설죄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기존에 개설된 시설을 이용했을 뿐 직접 개설·운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정켓방' 업주들과 공모하여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장소를 개설(도박개장죄)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의 도박방조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양형이 적절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인이 이전에 선고받아 확정된 사기죄와의 경합범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여 형량을 정할 것인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징역 1년 및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이 징역형은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그 집행을 유예합니다. 벌금 500만 원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고,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납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박장소개설'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도박자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무등록 환전업을 영위하며 도박을 방조한 혐의(도박방조죄,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주장한 '도박장소개설'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정켓방을 직접 개설·운영했다고 보기 어렵고 성명불상 업주들과의 공모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이미 확정된 사기죄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형평성을 맞춘 형량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상황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해외에서 도박자들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환전해 주는 행위는 도박방조죄나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롤링피'와 같은 도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도박방조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설령 도박장을 직접 개설하지 않았더라도, 도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도박자들을 유인하는 행위는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도박개장죄'가 성립하려면 스스로 도박장소의 주재자가 되어 그 장소를 직접 개설하고 지배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에 운영되는 도박 시설을 이용하고 도박자를 유치했다고 해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공모 관계나 기능적 행위 지배가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넷째, 이전에 다른 범죄로 확정된 유죄 판결이 있는 경우, 나중에 저지른 범죄의 형량을 정할 때 이전 판결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가중되거나 감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