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재건축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던 조합과 시공사가 인접한 빌라 주민들의 공유 토지 지하를 침범하여 '어스앙카'라는 임시 구조물과 그 잔여 콘크리트를 설치한 후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빌라 주민들이 자신들의 소유권을 방해한다며 어스앙카의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피고들인 조합과 시공사가 빌라 주민들의 토지 지하에 남아있는 어스앙카 잔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조합은 이 사건 대지와 인접한 부지에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시행했고 피고 회사는 이 공사를 도급받아 진행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지하 흙막이 공법으로 '어스앙카 공법'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인장재를 삽입하고 시멘트·모르타르를 주입하여 토류벽을 지지하는 방식입니다. 공사가 완료된 후 강선만 제거되고 어스앙카의 구성품인 내하체와 타설된 콘크리트 덩어리가 원고들 소유의 인접 대지 지하에 잔존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잔존물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설치되어 제거되지 않아 소유권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재건축 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어스앙카'라는 지하 구조물의 잔존물이 인접한 빌라 대지 지하에 실제로 남아있는지, 이 잔존물이 빌라 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방해하는지, 그리고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이러한 방해를 제거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피고들은 공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거나 원고들의 철거 요청이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인 A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B 주식회사는 E빌라 원고들에게는 제1대지 지하에 설치된 특정 어스앙카 18개와 그 콘크리트를, J빌라 원고들에게는 제2대지 지하에 설치된 특정 어스앙카 12개와 그 콘크리트를 각각 철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50%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재건축 공사 시 설치된 어스앙카의 내하체와 콘크리트 잔존물이 인접한 빌라 대지 지하에 실제로 존재하며, 이는 대지 소유자들의 사용·수익을 방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깊은 지하에 위치하더라도 향후 건축 공사 시 장비 사용에 제한을 주어 공사비 증가 등 실질적인 저해 요소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잔존물이 토지의 일부가 되었다고 볼 수 없어 소유권 방해 상태가 계속된다고 판단했으며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는 이러한 방해를 제거할 의무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들의 토지사용 승낙 주장은 잔존물까지 용인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권리남용 주장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각 빌라 원고들이 소유권대지권을 가진 각 대지에 한정하여 철거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의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과 '공유물의 관리·보존'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214조 (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자신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그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빌라 주민들의 공유 대지 지하에 남아있는 어스앙카의 내하체와 콘크리트 잔존물이 토지 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잔존물이 토지에 부합(합쳐져 토지의 일부가 됨)되지 않고 여전히 독립적인 상태로 존재하며, 향후 토지 사용 및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에게 철거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의 상대방은 '그 방해하는 사정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는 자'인데, 이 사건에서는 공사를 도급받은 시공사와 사업을 시행한 조합이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265조 (공유물의 관리, 보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되지만, 공유물을 보존하는 행위는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어스앙카 철거 청구는 공유 토지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존행위'로 인정되어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E빌라 원고들은 제1대지에 대해, J빌라 원고들은 제2대지에 대해서만 소유권대지권을 가지므로, 각자의 공유 대지에 해당하는 침범 부분에 대해서만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그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 민법 제2조에 따라 권리는 사회생활상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며,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됩니다. 피고들은 원고들의 철거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잔존물의 양이 적지 않고 향후 공사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며, 적법한 동의가 없었음을 들어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접한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될 때 지하 공간 침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하 깊숙이 설치된 구조물이라 할지라도 토지 소유권자의 사용·수익을 저해한다면 철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향후 토지 개발이나 다른 건축 공사를 계획할 경우 이러한 지하 잔존물은 장비 사용을 제한하고 공사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공사 동의를 할 때에는 어스앙카와 같은 임시 시설의 설치뿐만 아니라 공사 완료 후 완전한 제거까지 명확히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지 공유자 중 한 명이 공사에 동의했더라도 다른 공유자들의 대리권을 명확히 받지 않았다면 그 동의만으로는 전체 공유자들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수원지방법원 20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