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합의 불인정으로 인한 부동산 담보대출 채무 확인 사건

이 사건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원고들이 채무조정합의가 구두로 이루어져 대출 원리금이 감축되었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조정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주된 청구인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실제 남아있는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를 고려하여 일부 채무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 외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서울 은평구 Y의 X 다세대 건물 중 일부 호실 소유자이자 피고로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 중 한 명. 다른 채무자들을 대표하여 채무조정합의를 주장함.
• 원고 C: 서울 은평구 Y의 X 다세대 건물 중 일부 호실 소유자이자 피고로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 중 한 명.
• 피고 D조합: 원고들에게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 S: 원고 A의 아들이자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담당 변호사. 피고와 채권양도·양수 협약서 작성을 시도했으나 불발됨.
• T단체: 피고 D조합의 청산 절차 사무를 처리하던 기관.
• U 대리: T단체 소속 직원으로 원고 A 및 S과 채무조정 관련 논의를 진행함.
• W: T단체 차장이자 피고 D조합의 청산인.
• 제1심 공동원고 B, 소외 E: 원고들과 함께 이 사건 건물 내 다른 세대를 소유하며 피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채무자들.

분쟁 상황

원고 A와 C는 2013년 2월 8일 피고 D조합으로부터 자신들이 소유한 X 다세대 건물을 담보로 총 16억 7천만 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자율은 연 5%, 연체이율은 연 8%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담보권에 근거하여 경매를 신청했고, 일부 세대가 매각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 7월 7일 원고 A의 아들이자 변호사인 S이 피고와 채권양도·양수 협약서(12억 원에 채권 양도)를 작성하려 했으나, 피고 내부 정책 문제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S과 함께 T단체의 U 대리를 만나 구두로 대출 원리금을 1,172,700,150원으로 감축하는 채무조정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등은 이 감축된 금액을 2015년 말까지 변제하지 못했고, 이후 나머지 세대에 대한 경매도 진행되어 피고는 배당을 통해 총 1,559,305,364원을 수령했습니다. 원고들은 구두 채무조정합의가 유효하다고 보아 피고가 약 3억 8천만 원을 초과 변제받았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채무조정합의로 인해 원래 채무가 감축되었으므로, 현재 남아있다고 피고가 주장하는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구두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채무조정합의가 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 합의를 전제로 한 채무부존재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원고 A의 피고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 채무는 592,511,048원 및 그중 440,662,976원에 대한 2021. 9.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8%의 이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2. 원고 C의 피고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 채무는 200,823,712원 및 그중 174,380,621원에 대한 2021. 9. 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8%의 이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3. 원고 A의 주위적 청구(부당이득 반환)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 원고 C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4. 소송비용의 90%는 원고들이, 10%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가 2015년 말까지 12억 원을 변제하면 채무를 종결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인정했지만, 이것이 원금 감축 합의로 이어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채무조정합의를 입증할 처분문서가 없고, 피고 내부 규정에 따른 승인 결재 절차를 거쳤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점을 들어 원고들의 채무조정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 남아있는 채무액을 확인하여 그 범위 내에서만 채무가 존재함을 인정함으로써 원고들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사소송법상 처분문서의 증명력: 법률행위의 존재를 증명할 때 그 내용이 기재된 처분문서(계약서 등)는 강력한 증거력을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채무조정합의에 대한 처분문서를 제시하지 못하여 주장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되었습니다.
2. 소극적 확인소송과 일부 인용의 법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10081 판결 등)에 따르면, 채무부존재확인과 같이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법률관계가 가분적이고, 심리 결과 그 일부만이 존재하는 경우 법원은 청구 전부를 기각하지 않고 존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패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즉, 원고가 100의 채무가 없다고 주장해도 실제 30의 채무가 존재한다면, 법원은 30의 채무는 존재하고 나머지 70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가 바로 이 법리에 따라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서면 합의의 중요성: 구두 합의는 추후 법적 분쟁 발생 시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채무 조정, 계약 변경 등 중요한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작성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2. 금융기관 내부 절차 확인: 금융기관이나 법인의 경우, 담당 직원이 말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부 결재 절차나 규정을 거쳐야만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 내용이 기관의 정책이나 규정에 부합하는지, 정당한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채무조정 조건의 이행: 채무조정 합의 시 변제 기한이나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한 경우에는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만 합의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당초의 합의는 무효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4.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활용: 소극적 확인 소송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채무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할 때 그 부존재를 확인하는 유용한 법적 절차입니다. 이때 법률관계가 분량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경우, 설령 청구 전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일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