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방해/뇌물 · 금융
피고인 A, B, C는 유령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 가담하여 D, E 등에게 대가를 받고 허위 법인 명의의 은행 계좌 50개, 31개, 17개를 각각 개설한 후 통장, 현금카드, OTP카드 등 접근매체를 전달함으로써 은행의 정상적인 계좌개설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은행의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으나, 접근매체를 전달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1년, 피고인 B와 C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가 선고되었습니다.
D, E은 소위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이를 대여·판매하는 F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 A, B, C를 모집했습니다. 피고인들은 D, E으로부터 유령법인 관련 서류를 받아 은행에 방문하여 실제로는 유령법인인데도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속여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은행은 법인 계좌 개설 시 금융범죄 악용 가능성 때문에 정상적인 법인인지, 정상적인 금융거래 목적인지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피고인들의 기망 행위로 인해 이 업무가 방해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계좌 개설 대가로 건당 5만원에서 10만원을 받고 개설된 통장, 현금카드, OTP카드 등의 접근매체를 D, E 등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유령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전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추가적인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들이 유령법인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한 행위가 은행의 정상적인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개설된 계좌의 접근매체를 D 등에게 전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피고인 C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여 은행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아 실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접근매체 '양도'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어 최종적으로 '업무방해죄'만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위계'는 타인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유령법인임을 숨기고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속여 은행 직원을 기망하여 계좌를 개설하게 함으로써 은행의 정상적인 계좌개설 업무를 방해했으므로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13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업무방해죄의 한 형태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특별히 명시하는 조항입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D, E 등과 공모하여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접근매체 양도 금지 및 처벌):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접근매체의 '양도'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유령법인의 접근매체를 D 등에게 전달한 행위는 이미 D 측에 소유권이나 처분권이 귀속된 상태에서의 내부적인 전달행위에 불과하며, 피고인들에게 접근매체의 처분권이 없었다고 보아 '전자금융거래법상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제38조 (경합범과 처벌), 제50조 (형의 경중과 가중):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때 형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 B는 과거 범죄 전력이 있어 경합범 처리가 고려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인 B와 C의 경우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의2 (사회봉사명령):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사회봉사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피고인 B와 C에게 사회봉사 명령이 함께 내려졌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타인의 부탁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고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주거나, 실제 목적과 다른 용도로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설령 자신이 법인의 직원이 아니거나 법인 운영에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위조하거나 사실을 속여 계좌를 개설했다면, 이는 은행의 정상적인 '업무방해'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일반적으로 대가를 받고 통장,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포통장 개설에 가담하는 행위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다른 심각한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비록 자신이 직접 금융사기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그 개설에 관여한 것만으로도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 피고인들처럼 동종 전과나 유사한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 더욱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통장 등 접근매체를 제공하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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