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피고인 A는 주식회사 B가 제공하는 온라인 게임의 캐시를 정가의 60~70%에 해당하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하여 아이템으로 재판매했습니다. 이 캐시 판매자들은 휴대폰 소액결제로 캐시를 구입하고 대금을 제대로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들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도 거래를 계속하여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항소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성명불상자 및 휴대폰 가입자들은 2018년 9월 25일부터 2019년 5월 14일까지 주식회사 B의 'C'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으로 총 112개의 게임계정, 750대의 휴대폰을 이용하여 1,539회에 걸쳐 합계 1억 766만 4천 원 상당의 게임 캐시를 구입했으나, 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이를 미납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8년 9월경부터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C캐시삽니다. 63% 충전된것도삼' 등의 광고글을 작성하여 위와 같이 사기로 편취된 게임 캐시 또는 캐시가 들어있는 게임 계정을 매입했습니다. 피고인은 매입한 캐시로 아이템을 구입한 후 게임에 접속하여 다른 게임 이용자에게 정가의 75% 가량으로 재판매하고 그 대금을 성명불상자들에게 지급하여, 이들이 사기로 취득한 게임 캐시를 쉽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방조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을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며, 원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피고인이 게임 캐시 판매자들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것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게임 캐시를 구매하고 재판매하여 사기 범행의 현금화를 도운 행위가 사기 방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며, 위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인터넷 게시판에 'C캐시삽니다. 63% 충전된것도삼'과 같은 광고글을 지속적으로 작성하고, 정가의 63% 가량의 매우 낮은 가격으로 캐시가 충전된 계정을 다량 구매했으며, 심지어 '미납 45% 다 삽니다'라는 광고글을 게시한 사실 등을 종합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제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요금을 내든 안내든 저는 거래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은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캐시 판매자들이 소액결제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사기 범행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아 사기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 사건의 정범들은 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 없이 휴대폰 소액결제로 게임 캐시를 구입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2조 제1항 (종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합니다. 피고인 A는 정범들이 사기로 게임 캐시를 편취하는 행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현금화를 도왔기 때문에 이 조항에 따라 사기 방조범으로 처벌받았습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방조범 감경):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 피고인은 직접적인 사기 범행의 주체가 아니라 방조범으로서 정범보다 감경된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방조의 고의와 미필적 인식: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실행을 돕는 행위를 한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때 '고의'는 반드시 구체적인 범죄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는 없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미필적 인식(예견)으로도 충분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거래 규모와 가격, '미납' 언급 등의 간접 사실들을 통해 캐시 판매자들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하여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경합범 가중): 여러 죄를 저질렀을 때 형을 가중하는 규정입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여러 차례에 걸친 사기 방조에 해당하여 경합범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노역장 유치):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노역을 하게 하는 벌칙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가납 명령): 법원이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벌금 등을 즉시 납부하도록 명령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판결 확정 전에 벌금을 징수할 필요가 있을 때 활용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원심판결 파기 사유):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스스로 판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의 공소장 변경으로 심판 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정상적인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물품이나 디지털 재화를 대량 구매하는 행위는 구매자가 그 물품의 출처나 판매자의 대금 지불 능력에 대해 의심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대포폰을 사용하거나 신용 상태가 불량한 경우, 소액결제 대금을 미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거래하는 것은 사기 방조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미납’ 등 불법적인 거래를 암시하는 문구를 사용하여 재화를 구매하는 광고를 게시하는 경우, 판매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인식을 증명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적으로 사기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사기범의 범죄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모든 직간접적인 행위는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 즉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용인하는 것도 고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 회사와 합의하여 피해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양형(형벌의 정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