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1972년 유신헌법 반대 활동을 하던 고인이 영장 없이 체포되어 수사기관에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받다 7일 만에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지만 관련 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고인이 불법 체포, 감금,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이러한 불법행위가 사망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기존 보상금 수령 시 작성한 부제소합의서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위헌 결정일로부터 다시 기산된다고 보아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인 고인의 자녀들에게 총 1억 2,750만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E은 1972년 11월 8일 유신헌법 반대 활동을 이유로 영장 없이 불법 체포되어 동대문경찰서로 연행되었습니다. 그는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7일간 감금 및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1972년 11월 14일 유치장에서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망인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2007년 유족인 배우자 G이 사망보상금 3,176만 4,930원을 수령했습니다. 이때 G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할 것'을 서약하는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화해간주조항'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고인의 자녀들인 원고 A, B, C, D는 위헌 결정으로 법률상 장애가 해소되었다고 보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 소속 수사관들의 불법 체포, 감금, 고문 등 가혹행위가 사망의 간접적 원인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와 국가배상책임 발생 여부,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수령과 '화해간주조항'의 위헌 결정이 소멸시효 기산점에 미치는 영향,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 산정과 구 민법상 상속 관계 적용 여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에게 5,250만 원, 원고 B에게 4,250만 원, 원고 C와 D에게 각 3,250만 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해 2021년 1월 14일부터 2021년 2월 25일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1/5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유신 시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인권 침해 행위가 사망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과거의 보상금 수령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유족들이 다시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국가 폭력에 의한 피해자 및 유족들의 권리 구제 범위를 확대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특히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산정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동된 국민소득 수준과 통화가치를 반영하여 위자료 액수를 증액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주요 법령과 법리들을 적용했습니다.
과거 국가의 불법적인 인권 침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이미 보상금을 수령했거나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관련 법률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추가적인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소멸시효는 위헌 결정이 난 날부터 새로 기산될 수 있으므로 기존 합의나 시효 만료를 이유로 청구를 포기하지 말고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자료 산정 시에는 피해자의 당시 상황, 가해 행위의 정도, 피해와 고통의 기간, 불법행위 발생 시점과 현재까지의 오랜 시간이 지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연손해금의 기산점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인 사망 당시의 구 민법상 상속분을 적용하여 위자료를 계산하므로, 오래된 사건의 경우 당시 시행되던 법률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