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된 차량 렌터 리스 계약 무효 확인 판결

원고 A는 자신의 직원인 E이 원고 명의를 도용하여 피고 B 주식회사 및 피고 C 주식회사와 각각 2건과 1건의 장기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이 계약들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방식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다중 본인인증을 거쳤으므로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했으며, 피고 B는 원고가 E에게 기본대리권을 부여했고 피고들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표현대리 책임이 발생한다고 추가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E의 명의 모용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들이 전자문서법상 요구되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표현대리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아 원고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D'의 대표자로 분양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사람. 직원 E에 의해 명의를 도용당하여 차량 렌터 및 리스 계약의 명의자가 되었습니다.
• 소외 E: 원고 운영 법인 '주식회사 D'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총 3건의 차량 렌터 및 리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사전자기록등위작 등의 혐의로 형사 재판 중입니다.
• 피고 B 주식회사: 할부금융업, 리스대상 물건 렌탈업, 신용대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 소외 E과 원고 명의로 2건의 장기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피고 C 주식회사: 할부금융업, 리스대상 물건 렌탈업, 신용대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 소외 E과 원고 명의로 1건의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는 '주식회사 D'의 대표로, 그의 직원이었던 E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피고 B 주식회사와 2020년 6월 15일 월 1,262,800원의 장기렌터카 계약, 2020년 9월 4일 월 1,085,300원의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C 주식회사와 2021년 1월 28일 월 1,369,316원의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모든 계약은 60개월의 장기 계약이었습니다. E은 원고의 운전면허증 정보와 계좌 정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했으며, 원고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E을 고소했습니다. E은 사전자기록등위작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입니다. 원고는 자신이 체결하지 않은 이 계약들에 대해 피고들이 채무를 주장하자, 이러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받기 위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직원 E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총 3건의 장기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에 따른 원고의 사용료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특히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과정에서 피고 금융회사들이 충분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전자문서법상 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피고 B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가 피고 B 주식회사에 대해 2020년 6월 15일자 장기렌터카 계약(월 1,262,800원)과 2020년 9월 4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085,300원)에 따른 사용료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해 2021년 1월 28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369,316원)에 따른 사용료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직원 E이 원고 명의를 모용하여 이 사건 각 계약서를 작성, 행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피고들이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의 의무사항인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이나 타 금융회사 기존 계좌 활용 등 두 가지 이상의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B가 주장한 표현대리 책임에 대해서도 원고가 E에게 기본대리권을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과 '민법'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 (전자문서의 효력 등):

   •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의해 작성되지 않은 경우, 수신자가 작성자와 미리 합의한 절차를 따랐거나,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반한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수신자는 그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습니다(제2항).
   • 그러나 수신자가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것이 아님을 알았거나,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거나 작성자와 합의된 절차를 따랐다면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없습니다(제3항). 이 조항은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시 금융회사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함을 강조하며, 본인확인 절차의 미비가 계약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및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 금융회사는 금융거래 시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비대면 금융거래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마련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라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등 ①부터 ⑤까지의 방법 중 두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중첩 적용하고, ⑥, ⑦의 방법을 추가적으로 거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 이 사건의 차량 렌터/리스 계약은 금융실명법의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전자문서', '전자금융거래', '비대면' 거래라는 특성상 금융회사에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인정되며,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본인확인 절차의 합리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3.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 대리인이 그 권한을 넘어 법률행위를 한 경우, 제3자가 그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명의를 도용한 사람이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직원 E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을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 B가 E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표현대리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참고 사항

만약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명의가 도용되어 계약이 체결된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개인 신분증 사본, 계좌 정보, 휴대전화 등 중요한 개인 정보는 타인이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친분이 있는 직원이나 지인에게도 신분증 사본을 넘겨줄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둘째, 비대면 금융 거래 시 본인 확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평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금융실명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본인 확인 의무를 얼마나 철저히 이행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명의 도용 사실을 인지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관련 금융회사에 알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관련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필요하다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넷째, 비대면 거래에서 금융회사가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른 필수적인 본인확인 절차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명의 도용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 입력에 그치지 않고, 실명확인증표 원본 소지 여부 확인, 기존 계좌의 실제 처분 권한 확인 등 더욱 적극적인 방법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민법상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명의를 도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명의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대리권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