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는 E 주식회사에 계약금 8,400만 원을 반환해야 하는 채무가 있었습니다. E은 이 채권을 사업본부장인 피고에게 양도했고, 피고는 원고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원고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피고와 8,400만 원 채무변제 공정증서를 작성해주었습니다. 원고가 이후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음에도 피고가 이 공정증서에 기해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원고는 이 채권양도가 소송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무효이며 그에 따른 공정증서 또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E 주식회사와의 계약 불이행으로 8,400만 원의 계약금 반환 채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E 주식회사의 사업본부장인 피고 B는 E으로부터 이 채권을 양도받고 원고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원고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고와 채무변제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으나, 이후 원고가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게 되자 피고는 공정증서를 이용해 강제집행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강제집행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법원에 강제집행 불허를 청구했습니다.
E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하고 고소 취하 등 업무 일체를 위임한 것이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한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와 소송신탁이 무효인 경우 그에 기반한 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 또한 무효인지 여부 그리고 원고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즉, 원고의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인정한 1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법원은 E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하고 고소 및 고소취하 업무 일체를 위임한 행위가 피고로 하여금 소송행위(강제집행 포함)를 하게 할 목적이 주된 것으로 보아 신탁법 제6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양도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계약금 반환채무의 채권자는 여전히 E 주식회사이며, 피고가 기존 채무의 채권자가 아닌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 또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아 최종적으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신탁법 제6조 (소송신탁의 금지): 이 조항은 '수탁자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송행위'는 단순히 재판상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법적인 절차를 통해 권리를 실현하려는 모든 행위, 즉 강제집행 신청 등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E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강제집행을 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판단하여 이 채권양도를 신탁법 제6조에 따라 무효로 보았습니다. 채권양도가 주된 목적이 소송행위에 있는지 여부는 채권양도 경위, 양도자와 양수인의 관계, 대가 지급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준소비대차 계약의 요건: 준소비대차는 기존에 금전이나 대체물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 당사자들이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입니다. 중요한 것은 준소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반드시 기초가 되는 '기존 채무의 당사자'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이 사건 채권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기존 계약금 반환채무의 채권자는 여전히 E 주식회사이며 피고는 기존 채무의 채권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 또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신의성실의 원칙은 모든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할 때 사회의 통념에 따라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권리남용은 자신의 권리를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거나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해주고도 이제 와서 그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신탁법 제6조가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이를 배제할 수 없으며 원고가 형사조정절차를 통해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양도가 단순히 소송이나 강제집행 등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신탁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채권자의 지위가 아닌 대리인으로서 소송을 진행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기존 채무의 채권자가 아닌 제3자와 준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한 경우, 기존 채무의 채권양도가 무효라면 그에 기초한 준소비대차계약과 공정증서 역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합의를 통해 공정증서를 작성했더라도 그 합의의 배경에 불법적인 목적(예: 소송신탁)이 있었다면 추후 그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한 경우에는 채무가 면책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면책 결정 확정 전 기존 채무에 대해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는 공정증서 등을 작성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