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는 어머니의 전세금 반환 채권을 양도받아 피고 회사 소유 건물에 자신의 명의로 전세권을 설정했습니다. 전세 기간 만료 후 원고가 전세금 반환을 청구하자 피고 회사는 전세금 지급이 없어 전세권이 성립하지 않았다며 반소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전세금 지급이 반드시 현실적으로 수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채권으로도 갈음할 수 있으며, 등기의 추정력에 따라 원고의 전세권이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9,700만 원의 전세금을 반환하되, 원고의 전세권 말소등기 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회사의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의 어머니 I는 2005년 피고 회사 소유의 노인요양시설 건물 K호에 전세권을 설정하고 거주했습니다. 2012년 피고 회사의 건물 개축·수선 공사로 I가 H호로 주거지를 옮기게 되자, 원고 측은 기존 K호의 전세권 말소 대신 H호에 원고 A 명의로 동일 조건의 전세권 설정을 요구했고, 피고 회사가 이를 승낙했습니다. 이때 원고 A는 어머니 I의 피고 회사에 대한 전세금 반환 채권을 양수하여 이를 전세금으로 갈음하여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된 2018년 이후 원고 A가 피고 회사에 전세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피고 회사는 전세금의 현실적인 지급이 없었으므로 전세권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세금 반환을 거부하고, 오히려 원고 A에게 무효인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요구하며 사용수익 불가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전세금 지급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 채권으로 갈음된 경우, 전세권이 유효하게 성립하는지 여부와 전세권설정등기의 추정력이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전세금 반환 의무와 전세권설정등기 말소 의무의 동시이행 관계에 대한 판단입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한 전세권설정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9,700만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와 피고 회사의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1/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회사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전세금의 지급이 반드시 현실적으로 수수될 필요는 없으며 기존 채권으로 전세금 지급에 갈음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원고 명의의 전세권이 유효하게 성립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회사에게 원고에게 전세금 9,7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면서도, 원고의 전세권설정등기 말소 의무와 피고 회사의 전세금 반환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피고 회사의 반소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전세금의 지급은 전세권 성립의 필수 요소이지만,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8508 판결)에 따르면 반드시 현실적으로 전세금이 수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에 존재하던 채권으로 전세금 지급에 갈음할 수도 있습니다. 즉, 빌려준 돈이나 받을 돈 등이 있다면 이를 전세금으로 대체하여 전세권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에 관하여 전세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그 등기는 전세권설정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고 전세금이 지급되어 전세권이 적법하게 취득되었음을 추정하는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이를 다투는 상대방이 전세권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전세금 지급을 기존 채권으로 갈음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이 등기의 추정력이 깨지지 않습니다. 민법 제317조는 전세권이 소멸하면 전세권설정자(집주인 등)는 전세금 반환 의무를, 전세권자(세입자 등)는 전세권설정등기 말소 및 목적물 인도 의무를 지는데, 이 두 의무는 서로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는 관계(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전세권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할 준비를 해야 하고, 전세권설정자는 말소 등기 서류를 받음과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전세권 설정 시 전세금은 반드시 현금을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던 채권을 전세금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도 유효하게 설정될 수 있습니다. 전세권등기가 되어 있다면, 해당 전세권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전세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기존 채권으로 갈음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등기의 유효성 추정력이 깨지지 않습니다. 전세권 기간이 만료되어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 전세권자의 전세권설정등기 말소 의무와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금 반환 의무는 서로 동시에 이행되어야 하는 관계이므로, 상대방의 의무 이행이 있기 전까지는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오래된 금전 거래나 채권 양도 등은 증빙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명확한 계약서나 채권 양도 합의서 등 관련 증빙을 작성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