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만 수십명이에요, 이대로는 재건축 못해요.

소유자가 다수인 상가재건축, 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상가 재건축이라 하면, 도시계획에 따른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상업시설을 새로 짓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상가만 단독으로 재건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가만의 재건축은 법률(각종 정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며,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기부채납도 감내해야 하는 정비사업과는 다릅니다.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을 철거하고 공사비를 투입해 재건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의 정당한 행사다. 소음이나 분진 등의 문제가 없고 용적률과 건폐율을 유지해 건축법을 위반하지 않고 공사하면 재건축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한때 꼬마빌딩 투자가 큰 인기를 끌었고, 유명 연예인이 꼬마빌딩을 매입하여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 후 매각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기사도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꼬마빌딩이 아닌 규모가 있는 상가는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재건축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물 전체의 철거가 수반되는데, 상가는 개별 호실마다 소유자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달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같은 생각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 소유자 중에는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세를 놓는 사람도 있고, 직접 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건축 후 가치가 증가하더라도 당장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포기하거나 이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상가를 재건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임차인과의 명도 분쟁도 남아 있어

무엇보다 영업을 하는 임차인에게 상가를 돌려받는 일도 험난합니다. 임차인들은 재건축과 무관하게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으면 10년 동안 임대차 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상가 재건축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더라도 임차인들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임차인과의 법적 분쟁으로 수년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이 재건축을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이중 가목에 해당되려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하며, 실제로 그 계획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단지 재건축 계획이 생겼습니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차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임대차계약 기간 중 재건축 계획이 생긴 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갱신 시점에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고 2년 동안 그 계획을 충실히 따라야 비로소 차회 시점에 갱신 거절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을 들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건축이 결의되었다고 가정하자. 최초 임대차계약 당시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2년 후 갱신 거절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갱신 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면, 그로부터 2년 후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즉, 재건축을 계획한 후 임차인을 내보낼 때까지 다음 갱신 때까지 4년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재건축 계획이 있습니다’라는 수준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재건축 결의를 거치고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야 합니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갱신 거절이 불가능하며, 실제로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랴. 임차인이 문제를 삼으려면 충분히 문제가 됩니다.

임차인과 특약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다른 문제는 임대차계약 기간이 임차인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상가 재건축은 임차인 전부를 내보내야 철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기간을 보장받은 재건축 결의 직전에 임차한 임차인을 기준으로 시점을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임차인을 내보낸 후 공실로 놔두어야 되는데,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임차인도 최대한의 기간을 보장받으려 요구할 것이고, 공실 기간이 늘어날수록 재건축의 동력은 떨어집니다.

물론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은 재건축 시 조건 없이 명도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효력이 없을 겁니다. 법에서 재건축으로 거절하려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고지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 특약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이고,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 특약만으로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뿐 아닙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 10년이 모두 보장되어도,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017다225329 판결). 따라서 임차인은 쉽게 퇴거하지 않을 것이며 이사비까지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돈으로 라도 해결이 되면 다행입니다. 임차인이 무조건 갱신을 요구한다면 최악의 경우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80% 결의를 받으면 갱신거절할 수도 있지만, 사안마다 달라

물론 2년으로 단축할 방법도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에 따라 재건축 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이는 다른 법령에 따라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건물이 훼손·멸실되거나 재건축 비용에 비해 효용이 증가할 수 있다면 구분 소유자의 80% 동의를 통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반대하거나 결의에 참여하지 않은 소유자의 지분을 시가로 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집합건물법 제47조, 제48조). 따라서 집합건물법에 따라 재건축을 하는 경우에는 재건축을 고지하지 않아도 이번 회차에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는 않습니다. 법에서 정한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를 말하는지는 추상적입니다. 집합건물법에 따라 재건축 결의가 있다면 갱신 거절이 가능하다고 본 사례도 있으나, 사업 초기라 갱신될 임대차 기간 내에 철거가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재건축 결의만 있다고 해서 인정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개별 사건마다 다를 겁니다.

체크포인트

• 재건축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지난 번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사이에 그 계획을 따랐어야 한다.
• 재건축 시 명도하겠다고 특약을 넣어도 효력이 없다.
• 다만, 집합건물법에 따라 재건축 결의를 하였다면 갱신을 거절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