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이 사건은 부산에 위치한 부랑인 수용시설인 AH 등에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강제 수용되어 구금,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겪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대한민국과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내무부훈령 제410호와 부산시 재생원 조례에 근거한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공권력 행사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과 부산광역시가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소멸시효 항변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임을 이유로 배척했습니다. 피해자별 수용 기간, 나이, 가혹행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소 800만 원에서 최대 2억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내무부장관이 발령한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훈령 제410호)과 부산시의 '재생원 조례'에 근거하여 경찰, 행정 공무원 등 공권력이 길거리의 부랑인, 부랑아, 노숙자, 심지어는 가출 아동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들까지 강제로 단속하여 부산 AH 등의 시설에 수용했습니다. 이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영장 없이 장기간 감금되어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 극심한 인권침해를 겪었으며, 적절한 교육이나 의료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AH은 국고 보조금을 받으며 부산시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부랑인 단속 및 수용 업무를 수행했으나, 피고들은 이러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피해자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바탕으로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AH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 내무부훈령 제410호 및 부산시 재생원 조례, 위탁계약의 위헌·위법성 판단, 강제수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여부 (특히 과거사정리법과의 관계), 피해자별 위자료 액수 산정의 기준 및 지연손해금 기산점 판단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과 부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무부훈령 제410호는 법률유보, 명확성, 과잉금지, 적법절차, 영장주의, 체계정당성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부산광역시는 자체적인 조례 제정 및 위탁계약 체결, 인가 및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국가와 공동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으며, 특히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의 '비용부담자'로서의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AH 인권침해사건이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므로, 장기소멸시효(민법 10년, 국가재정법 5년)가 적용되지 않으며, 단기소멸시효(민법 3년)는 진실규명결정통지서 송달일(2022년 10월 14일)로부터 기산되므로 원고들이 3년 이내(2023년 2월 14일 소 제기)에 소를 제기하여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 당시 나이, 가혹행위 내용, 노역 사항, 현재 후유증, 국가작용의 위법성 정도, 배상 지연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별 위자료 액수를 결정했습니다. (최소 800만 원 ~ 최대 2억 5,000만 원)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 가치 변동이 현저하여 위자료 액수가 증액된 점을 고려, 변론종결일인 2024년 7월 17일부터 연 5%,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과거 정부의 부랑인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특히, 위헌적인 훈령과 조례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장기간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부랑인 단속 및 수용 정책, 관리·감독 소홀 등 일련의 국가작용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은 공무원의 선임·감독자(국가)와 공무원의 비용 부담자(지방자치단체)가 다를 경우 비용을 부담하는 자도 함께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고 규정합니다. 부산시가 AH의 인가, 감독 및 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인 비용을 지출한 점이 인정되어 국가와 공동 책임이 부여되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를 규정합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정의하며, 이 사건과 같은 경우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 판례에 따라 민법 제766조 제2항 및 국가재정법상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며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는 진실규명결정통지서 송달일로부터 기산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기본권은 법률적 근거 없이 제한될 수 없으며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 사건 훈령은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위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과거 정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겪었다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른 진실규명 신청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진실규명 결정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며 소멸시효 적용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된 경우 일반적인 소멸시효 규정(3년 또는 5~10년)이 적용되지 않거나 진실규명 결정 통지일로부터 기산될 수 있으므로 시간이 오래 지났더라도 소송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진실규명위원회의 조사보고서나 본인의 구체적인 진술 가족의 진술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경우라도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무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했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국가와 함께 공동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제수용 기간, 수용 당시 나이(특히 미성년자), 겪었던 구체적인 가혹행위나 노역 내용,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등이 위자료 액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피해자가 사망했더라도 그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유족은 상속을 통해 피해자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유족 본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고유 위자료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