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는 멕시코시티 체류 중 주점에서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되어 3년 이상 구금되었습니다.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 소속 경찰 영사 피고 B는 원고에 대한 영사 조력 과정에서 업무 처리 미흡과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고 온라인에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B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에게 영사 조력 미흡으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고 B에게는 온라인 게시글을 통한 원고의 명예훼손에 대해 개인적인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위자료 1,000만 원의 배상을 명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구금 기간 일실수입과 치료비 청구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11월 멕시코를 방문하여 여동생의 남자친구 D가 운영하는 주점 일을 잠시 도왔습니다. 2016년 1월 15일 이 주점이 인신매매 혐의로 멕시코 검찰에 의해 급습되었고 원고는 피의자로 체포되었습니다. 원고는 멕시코 사법당국에 의해 3년 이상 산타 마르타 여자교도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의 경찰 영사 피고 B은 원고에 대한 영사 조력 업무를 소홀히 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고와 종업원들의 영사 조력권이 침해되었을 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내용도 모른 채 멕시코 검찰이 작성한 영사 진술서에 서명했습니다. 또한 멕시코 법원의 영사 지원 요청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피고 B은 멕시코 교민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와 국내 언론 기사에 댓글을 통해 원고를 ‘마담’이나 ‘중범죄자’로 지칭하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귀국 후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B을 상대로 부당한 구금으로 인한 일실수입 치료비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 소속 경찰 영사 피고 B의 영사 조력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피고 대한민국이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B이 온라인에 게시한 글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고 B의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B의 행위와 원고의 멕시코 내 장기 구금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가 청구한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 범위가 적정한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피고 B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의해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영사 조력 미흡으로 인한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 B은 온라인 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일실수입과 치료비는 인과관계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영사 조력 미흡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으로 원고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공무원인 피고 B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고의 구금 자체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아 일실수입 등은 배상 범위에서 제외했습니다.
또한 피고 B의 개인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된 점을 인정하여 피고 B에게도 1,000만 원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피고 B이 경찰 영사의 지위에서 마치 원고가 중범죄에 가담한 것처럼 글을 게시하여 일반인들이 이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고 원고는 구금 상태에서 대응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한 것입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과 피고 B으로부터 각각 1,0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의 위자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이 법 조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 경찰 영사였던 피고 B이 원고에 대한 영사 조력 과정에서 영사업무 지침과 관련 조약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멕시코 검찰의 위법행위에 대해 적절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직무수행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의 재외국민보호의무를 위반하고 원고의 영사 조력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 대한민국에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의 구금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영사 조력 미흡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 1,000만 원만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공무원의 개인적 손해배상 책임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적용되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도 공무원 개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면 공무원 개인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그러나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 상태를 의미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의 영사 조력 미흡 행위가 고의나 중과실에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국가배상법에 따른 피고 B의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불법행위에도 적용됩니다. 법원은 피고 B이 온라인에 게시한 글과 댓글이 마치 원고가 이 사건 주점의 중범죄에 가담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B이 경찰 영사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글이 더 신뢰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원고가 구금 상태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B 개인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 B은 원고의 명예훼손 청구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 이미 피고 B의 인터넷 게시글을 언급하며 불법행위를 주장했으므로 나중에 청구의 법률적 평가를 달리하여 추가했더라도 기존 청구와 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체포되거나 구금될 경우 영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영사 조력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가의 중요한 의무이므로 영사가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를 돕지 않거나 부당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사법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통역이 미흡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이 이루어지는 경우 반드시 명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적절한 언행이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공무원 개인에게도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 게시된 비방 글이나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즉시 증거를 확보하고 삭제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며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 구금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해당 공무원의 위법 행위와 구금 및 발생 손해 사이의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