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 하도급 계약 과업 증가 및 대금 미지급 분쟁 사건

이 사건은 소프트웨어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한 원고(하도급 원사업자)가 피고(하도급 수급사업자)에게 국방부 정보시스템 개발 용역 중 데이터 통합 분야 업무를 하도급 주면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피고는 당초 계약보다 과업 범위가 크게 증가하고 원고가 선급금 및 기성금 지급을 지연하자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인력을 철수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계약 해제가 부당하며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피고는 적법한 계약 해제였으며 미지급된 용역 대금 및 추가 업무에 대한 대금을 반소로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계약 해제를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에게 미지급된 용역 대금 일부인 316,735,547원을 지급하라는 피고의 반소 청구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반소피고):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자 하도급을 준 원사업자
• 주식회사 B (피고, 반소원고): 컴퓨터관련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자 하도급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 수급사업자
• 대한민국 (원고보조참가인): 국방부 전산정보원 관련 발주처의 일원으로 원고를 보조하여 소송에 참가
• C 주식회사: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용역계약 컨소시엄의 주사업자
• D 주식회사: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용역계약 컨소시엄의 일원
• 서울지방조달청: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용역계약의 발주처

분쟁 상황

이 사건은 국방부 정보시스템 구축 용역의 하도급 계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원고 A는 주사업자 C 주식회사와 D 주식회사와 컨소시엄을 결성하여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 용역 계약(총 275억여 원, 2015. 12. 22. 체결)을 맺고, 이 중 원고 A가 담당하기로 한 데이터 통합 분야 업무를 피고 B에게 2016. 4. 1. 하도급 주었습니다. 초기 계약은 총 245M/M(Man/Month, 투입인력과 기간에 따른 개발비 산정 방식)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11월경부터 피고 B는 업무 수행 범위가 제안서 대비 테이블 건수가 약 3,600건 이상 증가하는 등 급격하게 늘어나 당초 물량의 67%가 증가했고, 필요한 인력도 98M/M이 증가하여 총 342M/M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피고 B는 2017년 2월 21일과 3월 29일 원고 A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과업 범위 증가에 따른 하도급 대금 조정을 요청했지만, 원고 A는 발주처 및 다른 컨소시엄 업체와의 협의 결과 과업 범위 증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6월 16일과 30일에 걸쳐 2017년도 선금 일부인 1억 9,800만 원을 피고 B에게 지급했으나, 피고 B는 원고 A가 2017년 선금 및 기성금의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과업 범위 조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2017년 6월 8일 이메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2017년 7월 19일 공문을 통해 원고 A의 채무 불이행과 과업 범위 증가 조정 불응을 이유로 확정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2017년 8월 18일 모든 인력을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원고 A는 2017년 7월경 컨소시엄에서 탈퇴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의 일방적인 인력 철수를 부당한 채무불이행으로 보아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피고 B는 원고 A의 대금 미지급과 과업 범위 조정 불응을 이유로 한 자신의 계약 해제가 적법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용역 대금 및 추가 업무 대금 지급을 반소로 청구하며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도급 계약상 과업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을 때 수급사업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해제가 적법한지. 둘째, 원사업자가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았음에도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선금, 기성금) 지급을 지연한 것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셋째, 정액도급계약에서 과업 범위 증가에 따라 추가 투입된 인력에 대한 용역대금 증액이 인정되는지 여부. 넷째, 수급사업자가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진척도)를 어떻게 산정하여 미지급 대금을 정할 것인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주식회사 B에게 316,735,547원과 이에 대해 2017년 8월 19일부터 2019년 1월 9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2. 원고 주식회사 A의 본소(손해배상 10억 원 청구)는 기각합니다.
3. 피고 주식회사 B의 나머지 반소 청구(추가 업무로 인한 대금 청구 등)는 기각합니다.
4. 소송 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80%는 원고가, 20%는 피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원고보조참가인 대한민국이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가 과업 범위의 현격한 증가와 원고 A의 계약 대금 조정 불응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B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원고 A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 A는 피고 B에게 2017년도 선금 및 기성금 중 미지급된 금액 316,735,547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피고 B가 용역을 중단하기 전까지의 기성고(진척도)를 60%로 인정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피고 B의 추가 업무로 인한 대금 청구는 이 사건 계약이 정액도급계약 방식이므로 추가 투입 인력만으로 용역 대금이 자동으로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하도급계약서 제5조 제3항 (과업범위의 명확화 의무)​: 원사업자는 최초 계약 체결 시 과업지시서에 과업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 간 과업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당초 제안서에 비해 과업 범위가 현격하게 증가했음을 인정하여 이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습니다.
2. 하도급계약서 제39조 제1항 제5호 (과업범위 초과 시 계약 해제 사유)​: 이 조항은 수급사업자가 최초 예상했던 과업 범위를 초과하는 과업이 정의되어 기술력이나 인력으로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피해가 예상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이 조항에 따라 과업 범위 및 계약 대금 조정을 요청했으나 원고 A가 불응한 점을 들어 피고 B의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계약의 해제 및 채무불이행: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채무불이행),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의 계약 해제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어 원고 A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기성고 평가: 용역 계약에서 계약이 중도에 해제되거나 중단될 경우, 실제로 진행된 작업의 완료 정도(기성고)에 따라 대금을 정산하게 됩니다. 법원은 국방부의 기성 검사 결과와 실제 대금 지급 내역 등을 종합하여 피고 B가 수행한 2017년도 용역의 기성고를 60%로 판단하고 이에 해당하는 미지급 대금을 인정했습니다.
5. 정액도급계약의 원칙: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은 통상 도급 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미리 확정된 용역 대가를 지급하는 정액도급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정액도급계약에서는 과업 내용이 변경되어 추가 인력이나 비용이 투입되었더라도, 계약 당사자 간에 대금 변경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실제 투입된 인력의 실적에 따라 용역 대금이 자동으로 증액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정액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 B의 추가 투입 인력에 대한 용역 대금 증액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6. 지연손해금: 금전 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경우, 채무자는 채무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가 요청한 시점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에 따른 연 6%의 이자율,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5%의 이자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하도급 계약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서의 명확성 확보: 계약 체결 시 과업의 범위, 변경 절차, 대금 산정 방식(정액도급인지, 실비 정산 방식인지 등) 및 대금 지급 기한과 조건, 계약 해제 사유와 절차를 최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2. 과업 변경 시 서면 합의: 당초 계약된 과업 범위를 초과하는 업무 지시나 수행이 예상되는 경우, 반드시 사전에 서면으로 과업 내용 변경, 추가 대금, 기간 연장 등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추후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렵습니다.
3. 대금 지급 의무의 철저한 이행: 원사업자는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수령하는 즉시 하도급 계약에 따라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대금 지급 지연은 계약 해제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지연이자를 포함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4. 문서화 및 증거 확보: 과업 변경 요청, 대금 조정 요청, 계약 해제 통보, 업무 보고 등 계약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의사소통은 내용증명, 이메일, 회의록 등 서면으로 기록하고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이는 분쟁 발생 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5. 일방적 계약 해제 및 업무 중단의 신중함: 계약 해제는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와 사유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수급사업자의 경우, 과업 변경이나 대금 미지급이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업무를 중단하거나 인력을 철수하기 전에 원사업자에게 충분히 통보하고 협의를 시도하며, 계약 해제의 적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