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파킨슨병과 치매 등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비위관을 통해 경관식으로 영양을 공급받던 85세 환자가 의료진의 비위관 관리 소홀로 인해 비위관이 기관지로 잘못 삽입된 채 경관식을 투여받아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원장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비위관 삽입 당시 당직의의 직접적인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병원 원장에게 의료진의 사용자 책임을 물어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고령 및 기저질환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망인은 2021년 1월 23일 H병원에 입원하여 파킨슨병, 치매 등 여러 지병에 대한 보존적 치료 및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연하장애로 비위관을 삽입하고 경관식으로 영양을 공급받던 중, 2021년 8월 10일 저녁 당직의 E가 비위관을 삽입했습니다. 다음 날인 2021년 8월 11일 오전 6시경 간병인이 경관식을 투여하던 중 망인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청색증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비위관 투여를 중단하고 석션을 실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망인은 같은 날 12시 15분경 K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K병원에서 흉부 X-ray와 CT 검사 결과 망인의 우측 기관지에 비위관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흡인성 폐렴 진단 후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8월 16일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H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원장과 당직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H병원 의료진이 비위관 삽입 및 경관식 투여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당직의 E의 비위관 삽입 및 투여 전 확인 과실 여부, H병원 원장 F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및 의료과실에 대한 직접 책임 여부, 고인의 기저질환 등과 관련한 병원 책임 비율 제한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F(H병원 원장)은 원고 A에게 19,433,767원, 원고 B, C, D에게 각 11,289,17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에 대해 2021년 8월 17일부터 2024년 6월 13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 및 피고 F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과 피고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F 사이에 생긴 부분의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F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H병원 의료진이 경관식 투여 과정에서 비위관의 정확한 삽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흡인성 폐렴으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병원 원장 F에게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유족들에게 총 62,352,291원(원고 A 19,433,767원, 원고 B, C, D 각 11,289,178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비위관 삽입 당시 당직의 E의 직접적인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고 환자의 고령 및 기저질환 등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은 70%로 제한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및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를 근거로 의료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루었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며, 본 사건에서는 H병원 의료진의 비위관 관리 소홀 및 경관식 투여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의료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일을 시킨 사람(사용자)이 그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다 제삼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H병원 원장 F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의료과실 입증의 어려움과 간접사실에 의한 추정 가능성이 논의되었으나,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재확인되었습니다. 법원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망인의 고령, 기저질환과 같은 피해자 측의 사정 및 병원 의료진의 응급처치 노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는 '책임의 제한'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른 것입니다.
고령 환자 또는 연하 곤란 환자의 비위관 삽입 및 경관식 투여 시에는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위관 삽입 후에는 삽입 위치가 정확한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며, 경관식 투여 전에도 비위관 위치를 반드시 재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호흡 곤란, 청색증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경관식 투여를 중단하고 의료진에게 알린 후 적절한 응급처치를 요청해야 합니다. 병원에 입원한 가족의 경우, 주요 의료 행위 전후로 의료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의하여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경우 병원 운영 주체는 직원의 과실에 대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