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기존 임차인인 원고 A가 임대차 기간 중 건물주인 피고 B가 다른 임차인 I에게 같은 상가를 재임대하여 건물을 인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을 반환받지 못하자, 피고 B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여 승소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새로운 임차인이 원고의 지위를 승계하여 원고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 B는 C, D과 함께 아산시 E 건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피고 B는 이 건물 중 F호 상가를 2021년 6월 8일 G에게 보증금 5,000만 원에 임대하는 선행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2022년 10월 25일 피고 B로부터 F호 상가를 보증금 5,000만 원에 임차하는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때 원고 A는 피고 B에게 직접 보증금을 지급하는 대신, 선행 임차인 G에게 5,000만 원을 직접 지급하여 피고 B가 G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과 원고 A가 피고 B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을 동시에 처리했습니다. 원고 A는 2022년 10월 31일부터 F호 상가에서 체력 단련 시설인 'H'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피고 B는 원고 A와의 임대차 계약 기간 중인 2023년 6월 30일 I에게 F호 상가를 보증금 5,000만 원에 임대하는 후행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상가를 인도했으며, I은 2023년 8월 1일부터 해당 상가에서 헬스장 'J'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에게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 B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임대차 계약 기간 중에 임대인이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상가를 인도했을 때 기존 임대차 계약의 종료 여부 및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 발생 여부입니다. 둘째, 새로운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지위를 승계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기존 임차인의 미지급 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3년 9월 1일부터 2024년 4월 16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또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었고 원고가 임대차보증금 5,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그리고 피고가 후행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상가를 후행 임차인 I에게 인도함으로써 이 사건 임대차가 종료되고 원고가 상가를 피고에게 반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주장한 '후행 임차인의 임차인 지위 승계' 항변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차임 공제' 항변 역시 원고가 임대차 기간 중 차임을 모두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어 기각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에 관한 민법상의 원칙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었고, ②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했으며, ③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고, ④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새로운 임차인에게 상가를 인도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존 임대차 계약의 종료와 원고의 목적물 반환이 추인되었습니다. 둘째,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의 지위가 승계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경우, 이는 당사자 간의 합의나 계약을 통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며 단순히 새로운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존 임차인의 지위 승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임대차보증금에서 미지급 차임을 공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차임이 연체되었고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것임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연손해금의 경우 민법상으로는 연 5%의 이율이 적용되지만,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임대차 계약 시 보증금 지급 방식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이전 임차인에게 직접 보증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행 단축 약정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송금 내역 등 증빙 자료를 반드시 보관해야 합니다. 둘째, 임대차 기간 중 임대인이 동일한 목적물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임대하고 인도하는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은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가집니다. 셋째, 기존 임차인의 지위 승계와 관련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 반드시 기존 임차인의 명확한 동의와 서명이 포함된 임차권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넷째, 임대인이 미지급 차임 공제를 주장할 경우, 임차인은 차임 지급 내역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자료(예: 계좌이체 내역)를 보관해야 합니다. 미지급 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되기 위해서는 해당 차임이 '이 사건 임대차'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른 계약의 연체 차임이 승계된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공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