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이 사건은 주식회사 열린상호신용금고(이하 '열린금고')가 대주주에게 금원을 대출할 수 없다는 법령을 회피하기 위해 원고의 명의를 빌려 4억 원을 대출한 차명대출 약정에 대한 것입니다. 원고는 이 대출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열린금고가 파산하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는 파산관재인이 선의의 제3자이므로 원고는 대출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비록 원고와 열린금고 사이의 대출약정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파산관재인에게 대출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 결국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열린금고의 대주주 강아범은 금고 인수 및 예금 유치를 위한 활동 자금이 필요했지만, 상호신용금고법상 대주주에게는 대출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열린금고 경영진은 법적 제약을 피하고자 이사 성재기의 친구인 원고 김영한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고는 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공하여 1998년 9월 10일 4억 원의 대출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이 대출금은 실제 대주주 강아범에게 전달되었습니다(4억 원 중 6천만 원은 이전 차명대출 상환에 사용되고, 나머지 3억 4천만 원은 강아범 등에게 송금됨). 이후 열린금고가 2000년 7월 28일 파산 선고를 받고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자, 예금보험공사는 원고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대출이 처음부터 채무부담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통정허위표시이므로 무효이며 자신에게 채무가 없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대출 약정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그리고 파산한 금융기관의 파산관재인이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합니다. 이는 원고 김영한에게 열린상호신용금고에 대한 4억 원의 채무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열린금고 사이의 대출 약정은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는 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고, 원고에게 채무 부담 의사가 없었으므로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라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파산채권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통정허위표시에 의해 형성된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게 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파산관재인에게 대출 약정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와 관련된 중요한 판례입니다. 민법 제108조 제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여,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하여 실제와 다른 의사를 표시한 행위는 효력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그러나 동조 제2항은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여, 허위표시가 무효일지라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선의) 새롭게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게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하여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열린금고와 원고 사이에 대출 채무를 부담하지 않기로 합의(통정)하고 형식적인 대출 서류를 작성한 것이므로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열린금고가 파산한 후 선임된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 전체를 위해 파산재산을 관리하고 배당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허위표시에 의해 형성된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갖게 된 '제3자'로 보았습니다. 또한, 파산관재인은 일반적으로 허위표시의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추정되므로(선의 추정), 원고가 파산관재인의 악의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대출 약정의 무효를 파산관재인에게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는 상호신용금고가 특정 출자자에게 대출하는 것을 금지하여 특정인이 금고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규정입니다.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금융 거래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명의를 빌려주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대출금을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외형상 대출 계약이 존재하고 그 금융기관이 파산하여 파산관재인 등이 개입하게 되면, 파산관재인은 선의의 제3자로 인정되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대출금을 갚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주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만약 불가피하게 명의를 빌려주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책임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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