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지적장애 3급과 중증 신부전증을 앓던 환자가 신장이식 사전검사로 조영제 CT 검사를 받던 중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의료진의 조영제 사용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병원과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조영제 CT 검사를 시행한 것 자체는 과실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중증 신부전 환자이자 지적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조영제 사용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병원과 해당 의사가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망인 I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석치료를 받아오던 중, 피고 H병원에서 동정맥루 수술과 혈전제거술 등을 받았습니다. 2020년 5월 9일, 동정맥루 기능부전으로 H병원에 다시 내원하여 혈전제거 및 혈관 확장술을 받은 후, 5월 11일 신장이식을 위한 사전검사로 조영제 복부 및 흉부 CT 검사를 받았습니다. CT 검사 직후 병실로 이동하던 중 구토와 의식 소실 증상이 나타났고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망인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인공호흡기 등 치료를 받다가 2020년 6월 28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의료진의 조영제 사용에 대한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망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료진이 중증 신부전 환자에게 조영제를 사용하여 CT 검사를 시행한 것이 의료상의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료진이 환자(지적장애 3급이자 중증 신부전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조영제 사용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중증 신부전 환자에게 조영제 CT 검사를 시행한 것 자체는 의료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중증 신부전 환자이자 지적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조영제 사용의 위험성을 환자의 특수성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의사결정 능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환자 본인에게만 동의를 받은 것은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는 보지 않았으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위자료)을 인정하여 피고 G와 피고 병원이 유족들에게 총 15,000,000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유족 개개인의 고유한 위자료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본 판결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의료과실) 원칙: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그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의료과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과실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증명하기 어려우며, 간접사실을 통해 과실을 추정할 수 있으나, 그 개연성이 충분히 담보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3다96010,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본 판결에서는 조영제 CT 검사를 시행한 것 자체는 의료과실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시술 후 합병증의 가능성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비교해 보고 의료행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환자에게 특수성(중증 질환, 지적장애 등)이 있다면 이에 맞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 설명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 2020다217974, 1994다35671, 2015다13843 판결 등 참조). 또한, 환자에게 자기결정권 행사에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보호자에게도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 설명의무 위반만으로는 통상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정신적 손해(위자료)가 인정됩니다. 만약 그 결과로 인한 재산상 손해까지 청구하려면,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7다5867 판결 등 참조). 본 판결에서는 재산상 손해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고 위자료만 인정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지연손해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발생하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제760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특수성 명확히 고지: 환자에게 지적장애, 중증 질환(신부전, 알레르기 등)과 같은 특별한 건강 상태나 병력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이를 여러 번 강조하고 모든 의료 기록에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에 부작용이 없었더라도 현재 상태에 따라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충분한 설명 요구 및 이해: 중요한 검사나 시술 전에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검사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대체 가능한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완전히 이해한 후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부작용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자기결정권 보호: 환자 본인이 질환이나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배우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적극적으로 설명을 요구하고 환자를 대신하여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해야 합니다.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이 의심될 때는 의료진에게 보호자에게 설명을 요구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의 법적 의미: 의료과실은 치료행위 자체의 잘못을 의미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별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만으로도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동의서 작성 시 주의: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기재된 내용을 꼼꼼히 읽고, 특히 환자의 기존 질병이나 알레르기 등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가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스스로 답변하기 어렵거나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는 경우, 보호자가 개입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을 다시 요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