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밀폐공간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및 상해 사고 항소심 판결

광산 현장 책임자와 회사가 밀폐된 작업 공간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및 상해 사고를 발생시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광산안전법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거나, 현장 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광산의 현장소장이자 광업대리인으로, 광산의 안전 및 보건 업무 전반을 총괄했던 인물.
• B: 광산의 안전계원으로, 현장 업무를 담당하며 A의 지시를 받아 안전·보건 업무를 처리했던 인물.
• C 주식회사: 사고가 발생한 광산의 광업권자이자 A과 B의 고용주인 법인.
• 피해자 H: 광산 밀폐공간 작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근로자.
• 피해자 I: 광산 밀폐공간 작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근로자.

분쟁 상황

이 사건은 C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광산의 갱내 하9단 램프 막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작업장은 지상 200m 깊이에 갱 입구로부터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일산화탄소 농도가 30ppm 이상인 밀폐공간으로 정상적인 통기가 어려웠습니다. 광산 측은 이러한 밀폐공간 작업 시 필요한 유해위험요인 파악 및 관리 방안이 포함된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지 않았고,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적정 공기가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등의 안전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양수기 설치 작업을 수행하다가 피해자 H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고, 피해자 I는 같은 이유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현장소장 A, 안전계원 B, 그리고 광업권자인 C 주식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1. 광산에서 발생한 사고에 광산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어느 법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2. 광산 현장 책임자 A이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에서 정하는 '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원심에서 선고된 형량(피고인 A: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주식회사: 벌금 1,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 부당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법률 적용 관계: 광산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달라 중첩 적용될 수 있으므로, 광산안전법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2. '행위자' 해당 여부: 피고인 A은 광산의 업무를 총괄하고 안전관리직원들을 지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었으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3. 양형 부당 여부: 원심판결 이후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및 제39조 제1항: 이 조항들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C 주식회사가 밀폐공간 작업 시 필요한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적용되었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양벌규정)​: 이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해당 법인 또는 개인(사업주)에게도 벌칙을 적용하도록 합니다. 본 사건에서 현장소장 A은 C 주식회사의 광업대리인이자 업무를 총괄하는 자로서, 사고 발생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행위자'에 해당하여 처벌받았습니다. 또한 C 주식회사도 사업주로서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았습니다.
3. 법률 적용 관계 (광산안전법 vs. 산업안전보건법)​: 법원은 광산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이 서로 다르므로, 광산에서 발생한 사고라 할지라도 두 법률이 모두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광산에서도 일반 산업 현장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입니다.
4.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A과 B은 광산 현장 책임자로서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한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일반 법리입니다.
5.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법원이 항소 이유가 없다고 인정될 때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하는 근거 조항입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항소가 모두 기각된 법적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1. 밀폐공간 작업 전 철저한 안전 확인: 밀폐된 공간이나 유해 물질 발생 우려가 있는 작업장에서는 반드시 사전에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 등 적절한 환기 및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2. 안전 작업 프로그램 수립 및 준수: 사업주는 밀폐공간 작업 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교육하며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3. 책임자의 안전 관리 의무: 현장소장이나 광업대리인과 같이 현장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사업주를 대신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책임지고, 안전 관리 직원들의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감독할 의무를 가집니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이러한 책임은 면제되지 않습니다.
4. 양벌규정의 이해: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실제로 행위를 한 담당자뿐만 아니라 해당 법인이나 사업주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주에게도 안전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5. 관련 법규의 중첩 적용 가능성: 광산안전법과 같은 특정 산업 분야의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근로자의 일반적인 안전과 보건을 규율하는 법률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각 법률의 입법 취지와 규정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모든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