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도금 대납에 따른 구상금 강제집행 불허 요청 사건

원고들은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일부 중도금을 납부했으나, 시공사의 부도로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R 회사가 원고들의 중도금 및 잔금을 대신 납부한 후 원고들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고 F는 R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근거로 R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압류 및 추심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구상금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며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나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아 구상금 채무를 지게 된 수분양자들.
• 피고 F: R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가진 사람으로, R 회사가 원고들에게 가지는 구상금 채권을 압류 및 추심한 사람.
• 주식회사 G: 아파트 분양계약의 시행사.
• R 회사: 원고들이 미납한 중도금 및 잔금을 대신 납부하고 원고들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가지게 된 회사.
• 주식회사 H: 아파트 분양계약의 원래 시공사로 부도가 발생함.
• O 주식회사: 중도금 납부를 위한 수탁회사.

분쟁 상황

원고들은 2007년 아파트 분양계약을 맺고 중도금을 대출받아 일부 납부했지만, 2008년 4월 시공사 H의 부도 이후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R 회사가 원고들의 미납 중도금과 잔금을 대납하고 원고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여 약 1,800만 원에서 2,100만 원대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고 F는 R 회사에 대한 3억 5,400만 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R 회사가 원고들에게 가지는 구상금 채권에 대해 약 3억 6,900만 원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피고 F는 원고들에게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미 확정된 구상금 판결이 있어 별도의 소송은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구상금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며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며, 분양계약이 해제되었거나 R 회사의 이중분양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있어 구상금 채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1. R 회사가 분양계약의 매도인 지위를 승계하여 원고들이 분양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채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2. R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구상금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F는 이 사건 구상금 확정판결에 기하여 원고들에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R 회사가 이 사건 분양계약의 매도인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R 회사가 계약당사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채권과의 동시이행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구상금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현저히 부당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청구이의의 소: 민사집행법 제44조에 따라 채무자는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경우, 그 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무자는 집행권원의 내용인 청구권의 존재나 범위를 다투거나, 집행권원 성립 후 발생한 변제, 상계 등 소멸 사유를 주장하여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분양계약 해제, 손해배상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항변, 강제집행의 권리남용 등을 주장하며 구상금 채무가 소멸했거나 행사될 수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2. 계약당사자 지위 승계 (계약인수)​: 계약인수는 기존 계약 관계를 포괄적으로 새로운 당사자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이는 통상적으로 기존 계약 당사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합니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2166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R 회사가 G 회사의 매도인 지위를 승계했다고 인정하려면 원고들의 명시적인 동의나 승낙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그러한 동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R 회사가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3.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및 관련 확정판결의 증명력: 민사재판은 다른 민사사건의 판결에 기속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 구상금 판결에서 R 회사가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을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4. 권리남용: 민법 제2조는 권리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권리를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라 하더라도 그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에게 집행을 강요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82043 판결 참조). 그러나 단순히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될 여지가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권리남용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임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참고 사항

확정판결에 따른 채무는 매우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이를 다투기 위해서는 판결 이후 발생한 명확한 소멸 사유나 집행 자체가 부당하다는 객관적 증명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분양계약 등에서 시행사나 시공사 등 중요한 계약 당사자의 지위가 변경될 경우, 기존 계약자들의 명시적인 동의나 승낙 절차를 반드시 확인하고 서류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주체가 사업을 진행하거나 대금을 대신 납부했다고 해서 계약 관계가 자동으로 승계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시공사 부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상 명시된 중도금이나 잔금 납부 의무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제3자가 대위변제한 경우, 그 제3자에 대한 구상금 채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법원의 판단은 관련 사건에서 유력한 증거로 작용하므로, 이를 뒤집는 주장을 할 때는 기존 판결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새 증거나 법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려면, 해당 집행이 단순히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부당하며 정의에 반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