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여러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피고 병원에서 세 차례 재수술을 받은 원고가, 피고 의사가 부적절한 치료를 했고 수술의 위험성과 성공률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의 수술 방법 선택 자체는 의료 과실로 보지 않았지만, 원고의 과거 수술 이력을 고려했을 때 재수술의 좋지 않은 예후와 낮은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90~95%의 높은 성공률을 언급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2011년 말 부두 작업 중 넘어진 후 하지마비와 족하수 증상이 발병하여 2014년까지 여러 병원에서 신경차단술, 디스크 제거 수술, 추간공 절개수술, 신경성형술, 내시경 수술, 유착박리술 등 다수의 척추 관련 시술과 수술을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겪던 원고는 2014년 3월 척추 재수술 전문이라는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피고 의사는 정밀 검사 후 연성척추고정술, 미세현미경 디스크 수술 및 신경감압술을 권유하며 수술동의서에 90~95%의 성공률을 기재하여 설명했습니다. 원고는 2014년 3월 27일 1차 수술을 받았으나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고, 2015년 12월 29일 2차 수술, 2016년 1월 5일 3차 수술을 연이어 받았습니다. 원고는 2014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피고 병원에서 총 16,708,460원의 진료비를 지급했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 다른 병원에서 '척추수술 후 실패증후군' 진단을 받고 보존적 치료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치료행위를 했고, 특히 재수술의 성공률과 위험성을 과장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진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의사가 원고에게 시행한 세 차례 척추 수술이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였는지와, 수술 전 원고에게 수술의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및 재수술의 특수한 예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원고에게 6,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9년 10월 31일부터 2021년 12월 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진료비 16,708,460원 및 위자료 2,000만 원 중 600만 원 초과분)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20%, 원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의사의 수술 행위 자체는 당시 원고의 상태에 비추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이미 여러 차례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고 성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과장된 높은 성공률을 설명한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600만 원을 인정하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입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의료 수준을 따르며, 의사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 방법을 선택한 경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의료 과실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둘째,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입니다. 의사는 수술과 같이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할 때, 응급 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당시 의료 수준을 고려하여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필요성과 위험을 충분히 고려한 후 의료행위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증명 책임은 의사 측에 있습니다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7다248919 판결). 셋째, 설명의무 위반의 법적 효과입니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수술 등을 시행한 결과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환자 측은 설명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됩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는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것이므로, 의료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나 결과 발생 자체에 대한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재산적 손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비슷한 의료 분쟁 상황에 놓일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과거 모든 병원의 진료 기록, 수술 동의서, 검사 결과 등 의료 기록을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법적 분쟁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둘째, 수술이나 시술 전에 의료진으로부터 치료의 목적,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 및 합병증, 그리고 다른 치료 대안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완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환자 본인의 과거 수술 이력이나 만성 질환 등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설명과 성공률, 예상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의료진의 설명이 모호하거나 일반적인 내용에 그친다면 추가적으로 질문하여 명확한 답변을 요구해야 합니다. 넷째, 수술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이 의료진이 설명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특히 성공률이나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 중요한 정보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양식이라도 본인의 상황에 대한 개별적인 설명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경우 재수술의 성공률은 일반적으로 낮으며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