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사기범의 기망으로 본인 명의 대출이 실행되어 대출금 5천만 원을 제3자에게 송금한 피해자가 대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대출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금을 제3자에게 송금한 행위를 ‘추인’으로 보아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약 3년 전부터 투자하던 H투자그룹과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금융감독원 관계자를 사칭한 성명불상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성명불상자는 'H투자그룹 투자금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손실 보상 수단으로 투자금 및 코인매매 기법을 제공한다'고 기망하여 원고의 신분증 사진과 인증번호를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명불상자는 2023년 2월 15일 16시 40분경부터 1시간 15분가량 원고와 장시간 통화하며 원고가 대출 실행 과정에서 발송된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원고 명의로 피고 G생명보험 주식회사에서 5천만 원의 신용대출이 실행되었고, 대출금은 원고의 계좌로 입금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돈이 손실 보상을 위한 투자금이라고 오인했습니다. 성명불상자는 원고에게 이 대출금을 주식회사 J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도록 요구했고, 원고는 처음에는 의심했으나 성명불상자의 지속적인 협박에 따라 다음 날인 2023년 2월 16일 12시 20분경 5천만 원을 1천만 원씩 5회에 걸쳐 송금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은 피고와 대출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사기범의 기망에 의한 것이므로 대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대출이 유효하며, 설령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가 대출금을 제3자에게 송금한 행위는 대출을 추인한 것이므로 채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기범의 기망으로 본인 명의 대출이 실행된 경우 대출 채무가 유효한지 여부와 피해자가 대출금을 제3자에게 송금한 행위가 무효인 대출을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사기범에게 속아 대출이 실행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대출 실행 과정에서 본인 인증 절차가 있었고, 원고가 대출 관련 문자메시지를 수신했으며, 무엇보다 대출금을 인지한 후 제3자에게 송금한 행위를 무효인 대출에 대한 ‘추인’으로 보아 원고에게 대출금 반환 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 제7조 제2항 (전자문서의 효력) 이 법률은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또는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 명의로 이루어진 대출 신청이 이 조항에 따라 유효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출 신청 과정에서 이루어진 G 인증서 발급,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진위 확인, 전자서명 등 여러 단계의 본인 인증 절차는 전자문서가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거나 적어도 금융기관이 본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근거가 됩니다.
추인 (追認)의 법리 추인은 무효이거나 불완전한 법률행위를 나중에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설사 원고의 주장이 맞아서 대출 계약이 원고의 의사 없이 무효로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대출금 5천만 원의 존재를 인식하고도 이를 다음 날 제3자에게 송금한 행위는 무효인 대출 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추인’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즉 원고가 대출금의 출처를 오해했더라도 대출 사실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 돈을 처분한 것은 법률적으로 대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민법상 무효행위의 추인에 해당하며 추인이 이루어지면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유효였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금융거래 시 본인 인증 절차(인증서 발급, 1원 이체,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진위 확인 등)가 여러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 이는 본인이 직접 행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화 중이더라도 금융기관에서 발송하는 대출 관련 문자메시지 등 중요한 알림은 반드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 명의로 입금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경우 절대 임의로 다른 계좌로 송금해서는 안 됩니다. 즉시 해당 금융기관에 문의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설령 사기당했더라도 본인 명의로 실행된 대출금을 인지하고도 이를 다른 곳으로 송금하는 행위는 법률상 ‘추인’으로 인정되어 대출 채무를 본인이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금전을 요구하거나 본인 확인, 투자 손실 보상 등을 명목으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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