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누가 내 돈내고 공사합니까.

손해배상
원고는 ‘F’라는 상호로 콘셉트 디자인, 공간 디자인, 무대 디자인 등의 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입니다. 피고 C 주식회사는 ‘I’라는 음악 페스티벌을 공동 주최하는 회사로, 원고에게 페스티벌에 필요한 구조물 디자인 및 제작·설치를 의뢰했습니다. 원고는 수차례에 걸쳐 디자인 시안을 제공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계약이 최종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C에게 디자인 시안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으나, 피고 C는 다른 업체(G)를 통해 원고의 시안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구조물을 제작·설치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C, 페스티벌 주관사인 피고 B, 피고 C의 대표인 피고 D, 그리고 디자인 전달 업무를 담당했던 피고 C의 직원 피고 E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디자인 시안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거래교섭 과정에서 제공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정보로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고 C의 시안 무단 사용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피고 B은 이를 방조했으며, 피고 E는 직접 시안을 전달하여 불법행위를 공동으로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D에 대한 청구 및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 B, C는 공동하여 45,000,000원, 피고 E는 이들과 공동하여 15,000,000원을 원고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는 ‘I’ 음악 페스티벌의 무대 및 공간 구조물 디자인과 제작·설치를 의뢰받아 피고 C 주식회사에 1차 시안부터 12차 시안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디자인 시안을 제공했습니다. 원고는 총 27개 구조물에 대한 견적서로 3억 8천만 원대와 3억 2천만 원대를 제시했으나, 피고 C는 예산 문제로 전체 계약금액 1억 5천만 원, 구조물 개수 10개로 변경된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서 초안을 보냈고 피고 C도 수정안을 보냈으나, 계약금 지급 시기 등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계약 결렬 후 피고 C에게 디자인 시안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피고 C는 원고의 시안을 사용하여 다른 업체(G)를 통해 페스티벌에 40여 개의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디자인이 저작권을 침해당하고 부정경쟁행위의 대상이 되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공된 디자인 시안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 정보에 해당하는지, 해당 시안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제작된 구조물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페스티벌의 공동 주최사, 주관사, 담당 직원이 이러한 무단 사용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지, 손해배상액의 적정 범위는 얼마인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에게, 피고 B과 피고 C 주식회사는 공동으로 45,000,000원, 피고 E는 이들과 공동으로 위 금액 중 15,0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급액에는 피고 B은 2022년 10월 1일부터, 피고 C 주식회사는 2023년 3월 29일부터, 피고 E는 2023년 5월 19일부터 각 2024년 9월 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더하여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D에 대한 청구와 피고 B, C, E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계약 교섭 과정에서 오간 디자인 시안과 같은 아이디어가 비록 저작권법으로 직접 보호받기 어려운 추상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정보로 인정되어 무단 사용 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닌 공동 주최사나 담당 직원에게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어,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광범위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저작권 침해는 디자인의 창작성과 표현 형식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에 대한 엄격한 판단 기준이 적용되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과 민법 제760조 제3항(공동불법행위)이 적용되었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 무단 사용 금지) 이 조항은 사업 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 과정에서 제공받은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제공 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작한 이 사건 시안이 기존 페스티벌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행사의 독창성을 표현하기 위해 구상되었고, 구조물의 디자인, 도면, 재료 및 제작 방법 등이 모두 포함되어 현장에 곧바로 적용·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었으며, 약 3개월간의 노력과 인력 투입으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정보이므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원고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피고 C가 원고의 시안을 G에 제공하여 구조물을 제작하게 한 행위는 신뢰 관계에 위배되는 배신적 사용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 책임) 이 조항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책임을 부담시킨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피고 B(페스티벌 주관사)이 공동주최 계약에 따라 모든 미술 설치물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원고로부터 계약 결렬 통보를 받고도 피고 C가 원고의 시안을 사용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여 피고 C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E(피고 C 직원)가 G에 이 사건 시안을 직접 전달하여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 C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3.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물의 창작성 및 보호 범위)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규정하며 창작성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창작성은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어야 하며,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디자인 시안들이 기존 페스티벌의 요소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 콘셉트가 많아 '창작적인 표현형식'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창작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디자인도 실제 제작된 구조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 및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배상액의 산정) 부정경쟁행위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 액수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디자인 비용, 일반 경비, 기업 이윤, 감정 비용 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원고가 시안 작성에 투입한 시간과 인건비 규모, 계약 결렬 경위, 시안 이용 정도 등을 고려하여 피고 C에게 45,000,000원, 피고 E에게 15,000,000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습니다.
5.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6항 (징벌적 손해배상) 이 조항은 고의적인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21년 4월 21일 이후 발생한 행위부터 적용되는데,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는 그 이전에 발생했으므로 적용되지 않아 원고의 3배 증액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시안이나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계약 체결 전이라도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여 정보의 무단 사용을 방지해야 합니다. 제공된 디자인 시안이 가진 구체적인 완성도와 경제적 가치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디자인 진행 과정에서의 모든 요청과 응답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이 불발될 경우, 제공된 디자인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명확히 통보하고, 필요시 내용증명 등 법적 효력이 있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저작권 침해 판단은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아닌 '독자적인 표현 형식'에 초점을 맞추므로, 디자인의 독창적인 표현 요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체결 전이라도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 관계 위반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를 인지하고, 유사 사례 발생 시 적극적으로 권리 보호를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