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망인이 재발한 종양 수술 후 수두증이 발생하여 뇌실-복강 단락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복강 내 감염 및 대장 천공이 발생했고, 패혈증과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인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유족들은 F병원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 진단 지연, 감염 예방 조치 소홀 등을 주장하며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의료과실을 부인하고 망인의 미납 진료비를 유족에게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유족 측이 주장한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또한 병원이 유족에게 청구한 진료비에 대해서는 병원과 유족 사이에 진료비를 감면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고 보아 병원의 진료비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소와 반소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망인 G은 2019년 뇌종양 재발 진단을 받고 F병원에서 개두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남아있는 종양에 대해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결정하고 퇴원했습니다. 2019년 4월 6일 항암치료를 위해 재입원했고, 입원 중 수두증이 발생하여 4월 9일 응급으로 뇌실-복강 단락술(1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1차 수술 후 망인은 복통, 복부팽만,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4월 11일 뇌 CT 및 복부 X-ray 검사에서 수두증 호전 소견과 함께 기복증, 마비성 장폐색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 의료진은 탈수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를 의심하여 치료를 진행했으나, 4월 12일 체온 상승 및 혈액검사 결과(백혈구 1.65x10⁹/L, CRP 34.1mg/dl 이상, 프로칼시토닌 10.88ng/mL) 등을 근거로 패혈성 쇼크를 의심하여 항생제를 변경하고 복부 CT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복부 CT에서 많은 양의 기복증이 관찰되었고, 4월 16일 시행한 조영증강 CT 검사 결과 좌측 복벽에 염증 및 삼출물, 피하기종 소견이 확인되어 배농술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4월 17일 염증 악화로 탐색적 복강경 수술 및 뇌실-복강 단락 카테터의 원위부 말단을 체외로 장치시키는 수술(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2차 수술 중 S상 결장의 1cm 미만 천공과 복강 내 오염액이 확인되어 하트만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2차 수술 후에도 망인은 패혈성 쇼크로 활력징후가 불안정했고, 4월 22일 뇌실-복강 단락 카테터를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4월 25일 수두증 재발 소견으로 응급 뇌실외 배액술(3차 수술)을 시행하던 중 중추신경계 감염(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망인은 감염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되어 4월 28일 뇌사에 준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2019년 5월 6일 오후 9시경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병원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총 614,249,000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망인에게 발생한 진료비 8,181,396원을 유족에게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환자 유족이 주장한 F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대장 천공 유발, 진단 지연, 감염 예방 조치 소홀)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동시에 병원이 유족에게 청구한 미납 진료비에 대해서는 병원과 유족 사이에 진료비를 감면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 병원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의료과실 및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통상적인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1차 수술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로 대장 천공을 유발했는지, 수술 후 진단 및 조치가 지연되었는지, 중추신경계 감염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가 주의의무 위반의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의료 기록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장 천공은 뇌실-복강 단락술의 합병증 중 하나이며, 술기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감염 반응, 저혈량성 쇼크 등 전신 상태 악화)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 의사의 재량권: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을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를 고려하여 조영증강 CT 검사를 시행한 시점이나, 2차 수술 시 뇌실-복강 단락 카테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외부배액술을 시행한 것을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는 조치로 보았습니다. 특히 감염내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완전제거술과 외부배액술 중 어느 방법이 임상적으로 더 유리한지 명확한 진료지침이 없으며, 환자의 면역 저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완전제거술을 했더라도 예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손해배상책임의 입증책임: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하여 과실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히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진료비 채무 면제 합의: 진료비 지급 청구에 대해 환자 측에서 채무 면제를 주장하는 경우, 해당 합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병원이 발행한 진료비 영수증 두 종류(하나는 미납액이 기재, 다른 하나는 감면액 기재 및 수납완료 표기)를 비교하여, 병원과 원고 A, B 사이에 망인의 진료비를 감면해주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구체적인 영수증 기재 내용과 발행 시점의 차이를 통해 합의의 존재를 판단한 것입니다.
• 의료행위 합병증 가능성 인지: 모든 의료행위에는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실-복강 단락술 후 장 천공은 낮은 확률(0.1~0.7%)이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합병증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합병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의료기록의 중요성: 환자의 증상 변화, 의료진의 진단 과정, 치료 선택, 협진 기록 등 모든 의료기록은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의료기록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사본을 요청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초기 증상 관찰 및 기록: 수술 후 환자에게 나타나는 복통, 발열, 혈압 변화, 의식 변화 등 이상 증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시기별로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의료진의 진단 및 조치 지연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진료비 감면 합의 확인: 병원비 감면 등의 합의가 있었을 경우, 구두 합의보다는 서면으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진료비 영수증 상의 감면액 표기가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