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 A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관세 회피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자신의 계좌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 계좌로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560만원이 입금되었고, 피고인은 그 중 440만원을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원심과 환송전 당심에서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탈법행위'와 방조범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환송 후 당심 법원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범죄수익 은닉 및 관세포탈이라는 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하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1월 27일 성명불상자로부터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여 국내 멀티숍에 판매하는데 관세 세금을 피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제안을 수락하고 자신의 예금계좌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성명불상자 일당은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을 통해 피해자 C으로부터 560만원을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입금된 돈 560만원 중 440만원을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다른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계좌가 관세 부과를 피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구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탈법행위'의 의미는 무엇인지와 타인 실명 금융거래 방조범의 성립 요건 특히 정범의 '탈법행위 목적'에 대한 방조범의 인식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무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벌금 5,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고,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환송 후 당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인 A가 성명불상자의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방조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성명불상자가 보이스피싱으로 얻은 돈을 은닉하고 관세포탈을 목적으로 피고인 명의 계좌를 이용한 것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며, 피고인은 이러한 탈법행위를 도울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비록 피고인이 탈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그 목적을 인식하고 계좌를 제공한 것은 방조범 성립에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 및 제6조 제1항: 이 법은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경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공중협박자금조달 및 강제집행면탈, 그 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받습니다. '탈법행위'의 의미: 판례는 단순히 법규정을 우회하는 것을 넘어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등과 같이 형사처벌 대상 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불법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을 은닉하거나 관세포탈을 목적으로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2조 (방조범): 다른 사람의 범죄 실행을 돕는 것을 방조라고 합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주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범행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직간접적인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방조의 고의: 방조범은 정범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과 자신이 그 행위를 돕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범이 저지르는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 필요는 없으며 미필적으로(어렴풋이) 인식하거나 예견했어도 방조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관세포탈'이라는 불법적 목적을 인식하고 계좌를 제공했다면 보이스피싱 수익 은닉이라는 구체적인 탈법행위를 몰랐더라도 방조의 고의가 인정됩니다. 환송판결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 상급법원(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하고 돌려보낼 때 내린 법률적 판단은 하급법원(고등법원)을 구속합니다. 즉 하급법원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하며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대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탈법행위'와 '방조범' 법리 오해를 지적했으므로 환송 후 고등법원은 이 판단에 따라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대신 송금해달라는 요청이나 계좌를 빌려달라는 제안을 받을 경우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세금 회피'나 '관세 절감' 등 불법적 요소가 있는 아르바이트 제안은 범죄 행위에 가담하는 것일 수 있으니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 계좌를 제공하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얻은 돈을 송금하는 행위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또는 '사기 방조'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설령 본인이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더라도 불법적인 목적이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고 계좌를 제공했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범죄 가담을 막아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광주지방법원 2018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인천지방법원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