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어서 자본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이 ‘운용사들이 과연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짙어지고 있어요. 우리 돈으로 주식을 사주는 기관 투자자들이 얼마나 책임감 있게 투자 기업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라 하죠. 이런 책임감을 법적으로 강제한 게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입니다. 한마디로 주주로서 ‘회사에 과감히 쓴소리도 하고, 정당한 요구도 하라’는 약속인 셈이에요.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장 먼저 도입한 한투운용은 한때 ‘책임감 있는 주주 활동’을 대대적으로 자랑했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의결권 행사 반대율이 대형 운용사 중 최하위 수준이어서 ‘거수기’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닙니다. 2021년 7.4%에서 2023년 4.4%까지 뚝 떨어졌다가 올해 6.7%로 회복하긴 했는데, 여전히 다른 대형사보다 낮은 수치예요. 즉, 회사가 잘못한 게 있더라도 ‘별 문제 없다’거나 침묵하는 셈이죠.
그뿐만 아니라 한투와 KB운용은 의결권 행사 사유를 ‘복사 붙이기’ 수준으로 형식적이고 반복해서 기재해 금융당국에 지적받았어요. 예를 들면 “주주권리 침해 없음” 같은 문장만 주구장창 나열하는 식이죠. 이런 허술한 설명은 투자자들이 왜 찬성하거나 반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듭니다. 다행히 이후 두 회사는 지적 후 내부적으로 내용을 자세히 작성하는 쪽으로 개선했다네요.
삼성운용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굴리는 대형 자산운용사임에도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보고서’를 단 한 번도 발간한 적이 없어요. 이 보고서는 운용사가 투자한 기업에 어떤 주주활동을 했는지 고객이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데 말이죠. 삼성운용 측은 홈페이지에 개별 공시를 올리고 있어서 별도의 보고서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것도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내용을 파악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자본시장 건전성을 높이려는 정책과 달리 정작 그 중심에 있는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죠. 투자자가 눈을 부릅뜨고 소액주주 행세 하기도 쉽지 않으니, 운용사의 ‘책임감’이 곧 전체 시장 신뢰로 직결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대대적으로 외치던 첫 주자가 현재는 ‘거수기’ 신세라니, 투자자 입장에선 참 씁쓸할 수밖에 없겠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투자자라면 자신이 맡긴 돈을 누가 어떻게 굴리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대충 보고서 몇 줄 올리고 내부 지침 바꾸는 걸로 ‘책임 완수’라 믿는다면 곤란해요. 결국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면 운용사의 ‘진짜 주인’ 역할 수행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자고요. 투자라는 게 남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내 권리와 권한을 스스로 챙기는 싸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