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이 사건은 채권자가 작성한 두 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근거로 강제집행하려 하자, 채무자 부부가 해당 공정증서들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입니다. 첫 번째 공정증서(1억 원)에 기한 채무는 이미 변제되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강제집행이 불허되었습니다. 두 번째 공정증서(8천만 원)에 대해서는 채무자(남편) 본인의 채무는 유효하다고 인정되었으나, 그의 배우자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된 부분은 배우자의 대리권이 없었으며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아 강제집행이 불허되었습니다.
원고 A은 2014년에 피고로부터 1억 원을 빌리면서 피고와 함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원고 A은 이후 이 1억 원을 모두 변제했습니다. 피고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원고 A에게 추가로 8천만 원을 빌려주었고, 2020년에는 이 8천만 원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이 두 번째 공정증서에는 원고 A뿐만 아니라 그의 배우자인 원고 B도 연대보증인으로 포함되었습니다. 피고는 이 두 공정증서를 근거로 원고들로부터 채무를 변제받고자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이에 원고들은 해당 채무들이 이미 소멸했거나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변제된 채무에 대한 공정증서의 강제집행 허용 여부, 새로운 채무에 기존 공정증서의 유용 가능성,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연대보증인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했을 때 그 효력,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 범위에 금전 차용 및 연대보증이 포함되는지 여부,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 요건과 방식이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첫째, 피고가 원고들에게 청구한 2014년 10월 1일자 1억 원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이미 채무가 변제되었으므로 불허한다. 둘째, 피고가 원고 B에게 청구한 2020년 2월 10일자 8천만 원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도 원고 B의 무권대리에 의한 것이므로 불허한다. 셋째, 피고가 원고 A에게 청구한 2020년 2월 10일자 8천만 원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원고 A의 채무가 인정되므로 허용한다. 소송비용은 원고 A과 피고 사이의 부분은 각자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의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적으로, 이미 변제된 1억 원 채무에 대한 공정증서의 강제집행과 원고 A의 배우자인 원고 B이 동의하지 않은 연대보증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었고, 원고 A 본인이 실제로 차용한 8천만 원 채무에 대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법률적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채무의 변제와 집행권원의 소멸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채무가 변제로 소멸하면 그 채무에 기초한 집행권원(공정증서)은 효력을 상실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이미 변제된 채무에 대한 공정증서를 새로운 채무에 유용하기로 합의했더라도 그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다35410 판결).
다음으로 청구이의의 소에서의 증명책임 분배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채권의 발생 원인 사실은 채권자(피고)가 증명해야 하고, 채권의 무효나 소멸과 같은 사유는 채무자(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12852 판결).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무권대리인의 공정증서 촉탁에 관한 것입니다. 공정증서가 강제집행력을 가지도록 하는 집행인낙의 표시는 '소송행위'에 해당하므로, 대리권이 없는 사람(무권대리인)의 촉탁으로 작성된 공정증서는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없습니다. 이때 대리권이 있다는 사실은 그 효력을 주장하는 채권자(피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다42195 판결). 또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의 소지가 곧바로 대리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27조 제1항에 규정된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은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통상적인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금전의 차용에 대한 연대보증이나 8천만 원과 같은 큰 금액을 차용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어 일상가사대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8267 판결).
더 나아가, 집행인낙과 같은 '소송행위'에는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이 적용되거나 준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18114 판결). 따라서 배우자의 행위가 일상가사대리권 범위를 벗어난 경우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더라도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에 관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인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의로 그 결과를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공정증서상의 집행인낙에 대한 추인 의사표시는 해당 공증기관에 공증하는 방식으로 해야 유효하며, 그러한 방식에 의하지 않은 추인 행위는 실체법상 채무를 부담하게 할 수는 있어도 무효인 집행권원을 유효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2803 판결).
금전 대차 시에는 채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변제가 완료된 경우 반드시 채권자로부터 변제확인서를 받거나 공정증서 등의 집행권원을 회수하여야 합니다. 기존의 공정증서는 그에 기한 채무가 소멸하면 더 이상 새로운 채무에 유용될 수 없으므로, 새로운 채무 발생 시에는 별도의 공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우자라 할지라도 인감도장을 소지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리권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재산상 법률행위, 특히 타인의 채무에 대한 보증은 그 성질상 이례적이므로, 본인의 명확한 위임 의사를 담은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반드시 구비해야 합니다. 통상 8천만 원과 같은 큰 금액의 차용이나 보증은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공정증서상의 집행인낙과 같은 소송행위의 무권대리는 단순한 사적 계약과 달리 표현대리가 적용되지 않으며, 추인을 하더라도 공증기관에 정해진 방식으로 해야만 유효하게 인정됩니다. 공정증서는 강력한 강제집행력을 가지므로, 작성 과정에서 당사자와 내용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하며, 추후 분쟁 발생 시에는 관련 법리와 판례를 참고하여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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