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인 싱가포르 법인 A는 피고인 대한민국 법인 D가 암호화폐(A코인) 용역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스톡 이미지를 제공하지 않고, 할당받은 A코인을 제3자에게 무단 양도했다고 주장하며 계약 해지에 따른 A코인 6억 개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의 계약 위반이나 귀책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싱가포르 법인 A는 2018년 3월 A코인을 발행한 후, 2018년 6월 14일 피고인 대한민국 법인 D와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스톡 이미지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A코인을 지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에 따라 2018년 6월 15일 피고에게 A코인 6억 개를 지급했습니다. 피고는 이 중 총 4억 6,360개(2018년 6월 27일 2억 5,000개, 2018년 6월 29일 1억 1,000개, 2018년 7월 30일 1억 개, 2018년 12월 360개 등)를 제3자에게 송금했습니다. 2018년 12월 14일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 이행을 요청하고 코인 양도 시 통지 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이후 2019년 4월 30일 원고는 피고가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피고에게 지급했던 A코인 6억 개의 반환 및 인도 불능 시 1 A코인당 미화 0.00090071 달러의 환산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상 스톡 이미지 제공 의무 및 A코인 판매 시 통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의무 위반에 대한 피고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준거법이 싱가포르법으로 지정된 계약에서 한국법과 일반 법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용역계약 제1조 제1항에 따른 스톡 이미지 제공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의무를 다하지 못했더라도 A코인 가격 폭락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제1조 제3항의 A코인 '판매' 시 서면 통지 의무에 대해서는 피고가 코인을 거래소에서 '판매'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사업을 위해 창립회원이나 직원들에게 '송금'한 것으로 보아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계약 해지 및 암호화폐 반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두 가지 주요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은 계약의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계약 당사자들은 준거법을 싱가포르법으로 합의하였으므로 싱가포르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둘째, 준거법인 외국법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그 내용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외국법과 대한민국법이 다르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대한민국법과 일반 법원리를 토대로 계약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다30469 판결)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무 이행 여부 및 귀책사유 유무를 판단하는 계약 해석에 관해서는 싱가포르법과 대한민국법이 다르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보아 대한민국법과 일반 법원리에 따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계약 해지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의무 위반)과 그에 대한 귀책사유가 명확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계약법상 일반 원칙이 적용되었으며, 암호화폐의 '판매'와 '송금'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계약 조항의 문언에 따라 달리 해석하여 통지 의무 발생 여부를 판단한 점도 중요한 법리적 판단이었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용역계약 시에는 '판매', '양도', '송금' 등 암호화폐 이동에 관한 용어의 정의와 각 행위 시의 통지 의무 등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계약상 의무 이행 여부를 다툴 가능성에 대비하여, 실제 이행을 위한 노력(예: 콘텐츠 제작 및 매수 비용 지출, 특정 이미지 지명 요청 등)에 대한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이를 재원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시장 상황 급변이 계약 이행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예: 계약 변경 조항, 위험 분담 조항)을 계약서에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 계약의 경우 준거법을 명확히 정하고, 해당 외국 법률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외국 법률 자료 확인이 어렵다면, 대한민국 법과 일반 법원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분쟁 발생 시에는 내용증명, 이메일, 회의록 등 상대방과의 모든 의사소통 기록이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