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방해/뇌물
전직 공무원 A는 과거 지인 G에게 2,0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G이 A에게 채무 상환을 요구하며 이를 외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자, A는 D이라는 사업가에게 이 상황을 알렸습니다. 당시 D은 A의 직무와 관련된 정부지원 미곡종합처리장(C)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D은 A의 부탁을 받고 G에게 2,0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에 A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4,0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A는 항소심에서 자신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며 부정한 청탁도 없었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D의 송금으로 A가 채무를 면한 것이므로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같고 A의 직무와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며 A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07년경 W에게 2,000만 원을 빌려주었고 W의 사촌 형 T가 연대보증했습니다. W가 돈을 갚지 않자 A는 2008년경 T의 사업 동료 G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G은 W 대신 A에게 2,000만 원을 현금으로 변제해주었습니다. 이후 G은 D이 운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C)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13년 3월경 D과의 불화로 퇴사하게 되었는데, A가 D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 G의 업무를 맡게 하자 A와 G 사이의 관계가 나빠졌습니다. 이에 G은 2013년 3월 31일경 A에게 '내가 전에 준 돈을 갚지 않으면 내일 도지사를 만나 이야기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A는 다음날 아침 D을 만나 G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고, 같은 날 D은 G의 부인 명의 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당시 A는 미곡종합처리장(C) 지정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었으며, D은 자신의 C 시설이 정부지원 C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A가 G에게 변제해야 할 채무를 D이 대신 갚아준 것을 A가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둘째, 부정한 청탁이 없었으므로 제3자 뇌물수수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타당한지. 셋째, D이 G에게 송금한 돈과 피고인의 직무 사이에 뇌물죄에서 요구하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인정되는지. 넷째,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4,000만 원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가 G에게 2,000만 원을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D이 그 돈을 대신 지급하게 함으로써 피고인이 같은 금액만큼의 지출을 면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피고인이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가 당시 미곡종합처리장(C) 지정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고, D이 운영하는 C가 정부지원 C 지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D이 A의 직무와 관련하여 편의 제공의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므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형법 제129조 (수뢰)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가 D으로부터 (G을 통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어 적용되었습니다. 둘째, 형법 제130조 (제3자 뇌물제공)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피고인 A는 이 조항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기에 이 조항은 직접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거나,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에 대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서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지출을 면하게 되는 등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129조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 A가 G에게 2,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D이 대신 지급함으로써 A가 지출을 면하게 된 것을 이러한 법리에 따라 A가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 외에도 관련 직무, 관례상·사실상 소관하는 직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포함하며, 금품수수 시기와 직무집행 행위의 전후를 가리지 않습니다.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개인이나 사업체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금전적 이득을 얻는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돈을 받지 않고 제3자가 대신 지불함으로써 공무원 본인이 지출을 면하게 되거나 채무를 탕감받는 경우에도 뇌물수수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뇌물죄는 반드시 명시적인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가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으며, 금품이 오고 간 시기와 직무 집행의 시기가 일치하지 않아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의 '직무'는 법령에 정해진 업무뿐만 아니라 사실상, 관례상 소관하는 업무, 심지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와의 사적인 금전거래나 채무 관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삼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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