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는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강제로 끌려가 순화교육과 근로봉사를 받았으며 이후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국가의 이러한 행위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인권 침해임을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삼청교육 관련 계엄포고가 위헌·무효이며 국가가 원고의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국가가 원고에게 7천만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1980년 5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이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 일소'를 명분으로 '삼청교육 5호'를 입안했고, 1980년 8월 계엄사령관은 '각종 불량배의 일제검거,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 실시'를 내용으로 하는 계엄포고 제13호를 발령했습니다. 이 계엄포고에 따라 군·경은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총 60,755명을 검거하여 '삼청교육대'에 수용했고, 강도 높은 순화교육과 근로봉사를 강제했습니다. 원고 A는 1980년 8월 9일경 연행되어 해운대 방위교육장과 유격훈련장에서 순화교육을 받고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군부대에서 근로봉사를 한 후 1981년 1월 6일 사회보호법에 따라 보호감호 1년 처분을 받아 1981년 7월 1일경 퇴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삼청교육 실시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의 위헌성 및 무효 여부, 국가의 삼청교육 관련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제기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및 위자료 산정 기준과 지연손해금 기산점 등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 A에게 7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5년 6월 4일부터 2025년 6월 25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7/10, 원고가 3/10을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삼청교육 계엄포고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엄포고 발령부터 적용,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 작용이 위법한 불법행위이므로 국가는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2022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비로소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보아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삼청교육을 가능하게 했던 구 계엄법 제13조 및 유신헌법 제54조 제1항, 구 계엄법 제4조에 따라 계엄 선포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군사상 필요할 때'라는 요건이 단순히 사회 질서 혼란 수습을 넘어 국가 존립에 위해가 될 정도의 극단적인 상황이어야 한다고 해석하며, 삼청교육 계엄포고가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유신헌법 제8조(인간의 존엄), 제10조(신체의 자유), 제12조(거주·이전의 자유) (현행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4조에 해당)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삼청교육 계엄포고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핵심적으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른 소멸시효 적용에 있어 법원은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시점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일인 2022년 6월 7일로 보아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자료 산정 시에는 피해자의 구금 기간, 고통의 정도, 사회생활 지장, 오랜 기간의 배상 지연으로 인한 통화가치 변동, 그리고 유사 사건의 재발 억제 및 예방 필요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과거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의 경우,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소멸시효가 적용될 때 피해자가 해당 행위의 위법성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 시점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특히 관련 법령의 제정, 국가 기관의 진실규명 결정 등 공식적인 발표가 소멸시효 기산점이 될 수 있음을 알아두세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과거의 통화가치 변동과 오랜 기간의 배상 지연이 위자료 산정액을 증액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하고 예방하려는 필요성도 위자료 산정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법원 판례를 알게 된 시점을 곧바로 손해를 알게 된 시점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