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인 B 지역주택조합이 F 주식회사(이하 F)에 지급할 업무대행비 중 80%를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직불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업무대행비 49억 24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직불합의에 사용된 공문이 위조되었거나, 합의가 무효이며, 설령 유효하더라도 원고에게 직접 청구권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F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보낸 공문은 위조되지 않았으나, 그 내용이 원고에게 직접청구권을 부여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아니라, F이 피고에게 지급받을 용역비의 변제수령자를 원고로 지정하고 피고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5년 10월경, '가칭) B 지역주택조합'은 F 주식회사와 아파트 건축사업의 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하며 F이 1세대당 1,800만원의 용역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2016년 2월, 피고인 B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은 후 추진위원회의 지위를 승계했습니다. 2017년 11월경, 원고인 주식회사 A는 F과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의 사업 부지 확보 업무 등을 수행하고, F으로부터 피고에게 지급받는 업무대행비 중 80%를 용역비로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F이 피고와 직불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17년 11월 13일, F은 피고에게 이 사건 시행대행계약에 따른 용역비 중 80%를 원고에게 직불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7년 12월 12일, 원고와 F에게 용역비 중 일부를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며, 2018년 1월 29일에는 F이 청구한 용역비 20억원을 원고에게 직불하겠다는 통지 공문도 보냈습니다. 이후 F과 피고는 시행대행계약에 따른 전체 용역비를 약 253억 4,400만원에서 95억 9,260만원으로 감액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직불합의에 따라 미지급 용역비 49억 2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가 원고에게 용역비를 직접 지급하겠다고 통지한 '직불합의' 공문이 위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 직불합의의 법적 성격이 원고에게 직접청구권을 부여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인지, 아니면 단순히 용역비 수령자를 지정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가 피고에 대해 시행대행계약에 따른 용역비 직불청구권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 명의로 작성된 공문에 피고의 인감이 날인되어 있는 점, 그리고 피고가 이후 원고에게 통지 공문을 발송하며 F이 청구한 용역비를 원고에게 직불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공문이 위조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공문에 의한 '직불합의'의 법적 성격을 원고에게 직접청구권을 부여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F 주식회사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용역비 중 80%에 대한 변제 수령자를 원고로 지정하고, 피고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원고가 F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피고에게 직접 용역비를 청구할 권리는 없으며, F 주식회사가 직접 피고에게 용역비를 청구한 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 용역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소송법 제358조 (문서의 진정의 추정): 문서에 찍힌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진정한 것임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서 전체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문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보낸 공문에 찍힌 인영이 피고의 대표자에 의해 날인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공문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위조를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여 법원은 피고의 위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계약의 상대적 효력 및 제3자를 위한 계약: 채권의 효력은 일반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발생하며, 제3자는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예: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 제238조의 압류 및 추심명령)를 제외하고는 채무자의 채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채무자에게 자신에게 직접 채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3자를 위한 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므로, 제3자가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체결의 목적, 당사자가 한 행위의 성질, 이해득실, 거래 관행 등을 종합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직불합의'가 원고에게 직접청구권을 부여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아니라, F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받을 용역비의 변제 수령자를 원고로 지정하고 피고가 이에 동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원고에게 독자적인 직접청구권을 부여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해석했습니다.
3. 지역주택조합의 의사결정 절차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등):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계약 체결이나 용역비 직불합의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조합 내부 규약과 법령(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2호, 제3호의2, 피고의 규약 제21조 제1호,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0호, 제12호)이 정한 임원회의 의결이나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피고는 이 사건 공문에 의한 직불합의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직접청구권 불인정으로 인해 이 부분까지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4. 상법상 회사 대표이사의 배임행위와 손해배상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 상법상 회사의 이사 또는 대표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피고는 F 주식회사의 실질 운영자의 배임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주장하며 F에 대한 용역비 채무와 상계하려 했으나, 이 또한 원고의 직접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별도로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제3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직불합의'와 같은 약정을 체결할 때는 그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제3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제3자를 위한 계약)를 가지려면, 계약서에 그 취지를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용역비 수령자를 지정하는 형태로는 직접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서의 위조 여부가 다투어질 경우, 인영의 진정성만으로도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므로, 위조를 주장하는 측은 이를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법인이나 조합의 중요한 계약이나 합의는 내부 규약이나 관련 법령(예: 주택법상 총회 의결 등)이 정한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합의는 후에 그 효력이 부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채권양도금지 특약이 있는 채권을 제3자에게 귀속시키려면, 채무자의 명확한 동의를 얻어 채권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단순한 '직불 요청' 형태로는 제3자의 직접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기존 채무와 관련하여 감액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미 발생한 직불합의와 같은 제3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3자의 권리 침해 소지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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