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아파트 지하 전선 매설 공사 합의 무효 및 철거 요구 불허 판결

E아파트 입주민인 원고 A가 F아파트 재개발 조합(피고 조합)이 E아파트 지하에 전선을 매설하는 공사를 진행하며, E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피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체결한 합의서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이 합의서에 근거한 지하 전선 지중화 시설의 철거 및 원상회복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피고 비상대책위원회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관련 소를 각하하고, 합의서 무효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또한, 시설 철거 및 원상회복 청구는 공용부분의 보존행위가 아닌 관리행위로서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안양시 만안구 E아파트의 입주민으로, 재개발 공사에 대한 합의 무효 및 시설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 피고 B아파트비상대책위원회 및 C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E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와 그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재개발 조합과 지하 전선 매설 공사에 대한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 피고 D아파트주변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E아파트 인근 F아파트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으로, E아파트 지하에 전선 지중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분쟁 상황

안양시 만안구 F아파트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E아파트 인근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E아파트 단지 내 전신주를 철거하고 전선을 E아파트 부지 지하에 매설하는 전선 지중화 공사를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E아파트 입주민들 중 선출된 비상대책위원회가 E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재개발 조합과 협의하여 공사 및 E아파트 개선사항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고, 전체 366세대 중 297세대의 동의를 얻어 공사가 진행 및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E아파트 입주민인 원고 A는 해당 합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으며 자신의 구분소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합의 무효 및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E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소송의 당사자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재개발 조합이 체결한 지하 전선 매설 공사 관련 합의서가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가 요구한 전선 지중화 시설의 철거 및 원상회복 청구가 집합건물법상 각 구분소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보존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 '관리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피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관이나 규약이 없고,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 등의 조직이 없으며, 재정적 기초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여 소송의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2. 이 사건 합의서는 피고 비상대책위원회와 피고 조합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원고는 합의서 당사자가 아니며, 합의 내용이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원고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미 공사가 완료되었고, 원고가 별도로 시설 철거를 구하는 상황에서 합의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관련 청구 부분을 각하했습니다.
3. 지하 전선 지중화 시설의 철거 및 원상회복 청구에 대해서는, 이미 설치된 시설의 철거는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보존행위'로 보기 어렵고, E아파트 구분소유자 중 상당수인 297세대가 공사에 동의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구분소유자들 사이에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이므로, 이는 관리단 집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구분소유자 개인인 원고가 관리단 집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시설 철거 및 원상회복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소 중 피고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소 및 합의서 무효확인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었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소송 대부분을 각하하거나 기각하여, 결과적으로 원고는 패소했습니다. 이는 아파트 공용부분 변경 및 시설 설치에 대한 의사 결정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적법한 절차와 관리단의 결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개별 입주민이 단독으로 이를 다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과 '민사소송법' 및 '민법'의 관련 규정이 적용됩니다.

1. 민사소송법 제52조(비법인 사단의 당사자능력)​: 법인 아닌 사단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어야 합니다. 즉, 일정한 목적을 위해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고, 조직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 비상대책위원회의 경우 정관, 규약,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 재정적 기초 등이 없다고 판단되어 당사자능력이 부정되었습니다.
2. 집합건물법 제15조(공용부분의 변경)​: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 집회 결의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피고 조합과 피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체결한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E아파트 부지 지하에 전선을 매립하는 것으로, 이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나 그 위임을 받은 비상대책위원회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3. 민법 제265조 단서(공유물의 보존행위)​ 및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공용부분의 관리)​: 민법 제265조 단서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를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관리에 대한 특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16조 제1항은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 통상 집회 결의로써 결정한다고 정하면서, 단서에 '다만 보존행위는 각 공유자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판례는 여기서 말하는 '보존행위'가 긴급을 요하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로 한정되며, 구분소유자 공동의 이익에 어긋날 수 있는 행위는 개별적인 보존행위로 볼 수 없고 관리단 집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관리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이 사건에서 이미 설치된 시설의 철거 요구는 공유물의 현상 유지를 위한 보존행위로 보기 어렵고, 다수 입주민의 동의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 관리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대한 중요한 변경이나 시설물 설치와 관련하여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 준수: 아파트 공용부분에 대한 대규모 공사나 시설물 설치, 철거 등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단 집회의 결의 또는 서면 동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입주자대표회의나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2. 단체 당사자 능력 확인: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비법인 사단은 소송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 사단으로서의 실체(정관, 규약, 조직, 재정적 기초 등)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체가 없는 단체와의 합의는 법적 분쟁 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3. '보존행위'와 '관리행위'의 구분: 공동주택의 시설 철거 요구는 이미 설치된 시설을 '현상 유지'하는 '보존행위'로 보기 어렵고, 다수의 구분소유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관리단 집회 결의'가 필요한 '관리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별 입주민이 단독으로 중요한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4. 확인의 이익 유무: 특정 합의서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그 확인이 원고의 현재 법적 지위나 권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다른 방법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한 경우, 합의서 무효 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