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피고 병원에서 태어난 미숙아 A가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던 중, 의료진의 기관지 흡인 시술 과정에서 약 8cm 길이의 흡인 카테터 말단 부위가 아기의 좌측 기관지에 남아 약 11시간 30분 동안 방치된 사건입니다. 의료진은 추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아기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이물질을 제거하였으나, 아기는 결국 심각한 뇌손상과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기의 부모와 누나는 병원 운영자인 의사 F를 상대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이 과실이 아기의 심각한 뇌손상을 직접적으로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했습니다. 다만, 의료진이 폐쇄형 흡인 카테터의 이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행위는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불성실한 진료'로서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판단하여,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17년 10월 6일, 재태기간 29주 2일의 미숙아 A는 피고 병원에서 출생하여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10월 17일 새벽, 의료진이 흡인 카테터를 사용하여 기관지 흡인을 시행한 후 카테터의 말단 부위(약 8cm)가 원고 A의 좌측 기관지에 남아 있는 '의료기구 잔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의료진은 약 2시간 만에 이물질을 발견하고 원고 A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당일 제거했지만, 다음 날 뇌초음파 검사에서 뇌경색 및 뇌출혈 소견이 관찰되었고, 원고 A는 결국 강직성 사지 부전마비, 혼수상태, 뇌성마비, 고도의 발달 장애, 뇌전증 등의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와 가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원고 A의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미숙아의 기도에 흡인 카테터 일부를 잔류시킨 행위가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그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 A의 심각한 뇌손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의료진의 해당 진료 행위가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불성실한 진료'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흡인 카테터 일부를 기도에 남겨둔 것은 주의의무 위반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의의무 위반이 원고 A의 허혈성 뇌손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이 청구한 막대한 손해배상금(적극적, 소극적 손해 및 고액의 위자료) 중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다만, 폐쇄형 흡인 카테터의 이상 유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미숙아의 기도에 약 11시간 30분간 이물질을 방치한 행위는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불성실한 진료행위'에 해당하여, 그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고 보아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 A에게 13,000,000원, 원고 B와 C에게 각 1,000,000원, 원고 D에게 500,000원 및 각 돈에 대하여 2017. 10. 18.부터 2023. 7. 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3/4, 피고가 1/4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의료기구 방치 행위가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환자에게 발생한 심각한 뇌손상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부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일반적인 기대를 벗어나는 현저히 불성실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하여, 이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는 의료사고 발생 시 결과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불성실한 진료' 자체를 불법행위로 인정하여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의사는 진료·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실천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진료를 보조하는 경우에도 최종적인 책임은 의사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15248 판결 등 참조).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며, 민법 제756조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병원장에게 의료진의 과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묻습니다. 손해배상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특수성상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경우, 의사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결과만을 가지고 막연히 의사의 과실을 추정하여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특별히,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시각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 평가될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불성실한 진료의 정도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77294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료기구가 환자의 몸 안에 남아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의료진의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환자가 미숙아이거나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관(기도 등)과 관련된 사고인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의료사고 시 의료진의 과실이 명백해도 그 과실이 환자에게 발생한 모든 나쁜 결과(예: 중증 장애, 사망)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기존 질환, 특수성, 사고 전후 건강 상태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의료 윤리적 기대를 넘어설 만큼 현저히 불성실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불성실한 진료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아 환자 및 가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 의료진이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조치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