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인수 과정에서 생긴 보증금 반환 다툼 판결

임차인 A는 건물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새로운 소유주 B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B는 A가 이전 건물주 C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체 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툼이 생겼습니다. 법원은 B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면서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인수한 것은 맞지만, A가 C에게 미지급한 연체 차임을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던 세입자 (원고)
• B: 임차 건물의 새로운 소유주이자 이전 소유주 C의 배우자 D의 어머니 (피고)
• C: 임차 건물의 이전 소유주
• D: 피고 B의 자녀

분쟁 상황

원고 A는 이전 건물주 C로부터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C와 피고 B의 자녀인 D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2018년 11월 1일 합의서가 작성되었고, 2018년 10월 12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피고 B가 C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중 총 4억 8천만 원을 면책적으로 인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여기에는 원고 A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8천만 원도 해당되었습니다. 2018년 12월 21일 이 합의에 따라 건물 소유권은 피고 B에게 이전되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에게 임대차보증금 8천만 원 전액을 청구했지만, 피고 B는 원고 A가 이전 건물주 C에게 연체한 차임 3,666,666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 B는 자신의 변호사가 작성한 합의서가 대리권이 없거나, 대리권 남용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라며 그 효력을 다투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 B의 변호사가 작성한 합의서(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인수 약정)가 무권대리, 대리권 남용, 착오 등으로 인해 유효하지 않은지 여부.
2. 피고 B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할 때, 원고 A가 이전 건물주 C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체 차임 3,666,666원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 A에게 임대차보증금 8천만 원 중 원고 A의 연체 차임 3,666,666원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의 변호사가 C 측 변호사와 작성한 합의서는 무권대리, 대리권 남용, 착오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가 연체 차임을 공제하지 않고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특별한 약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임대인 B는 기존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한 원고 A의 연체 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458조 (인수인의 항변권): 채무를 인수한 사람은 이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사유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인수인)가 원고 A(임차인)에게 이전 건물주 C(전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었던 연체 차임 공제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법리적 근거가 됩니다.
2. 민법 제733조 (화해의 효력과 착오): 화해 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당사자에 관한 사항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었을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의 변호사가 합의서 작성 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대상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해당 채무 인수가 화해의 목적인 분쟁 자체에 관한 사항이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 임대인의 지위 승계 및 보증금 반환: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 건물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게 됩니다.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양수인에게 이전되며, 기존 임대차 계약상의 미지급 차임이나 원상회복 의무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4. 면책적 채무인수: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시키고 새로운 인수인이 채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계약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C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한 연체 차임 등까지 포기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참고 사항

건물 소유주가 바뀌어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될 때, 새 건물주는 이전 건물주의 임대차 관련 권리·의무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세입자가 이전 건물주에게 연체한 차임이나 미납 관리비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 건물주가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새 건물주가 연체 차임을 공제하지 않고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을 원한다면, 그 내용을 명확하게 합의서에 기재하여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해야 합니다. 법률 대리인을 통해 합의를 진행할 때는 대리권의 범위와 합의 내용의 정확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법정에서 '무권대리', '대리권 남용', '착오' 등을 주장하여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화해 계약에 있어서는 그 내용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