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왕십리뉴타운 재개발조합이 공동시공사들을 상대로 공사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공사 기간 중 건설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공사가 약 5개월간 중단되었고, 이후 조합과 시공사들은 공사기간을 중단 기간만큼 연장하고 공사를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법원은 이 합의가 유효하며, 합의된 기간 내에 공사가 완료되었으므로 시공사들에게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왕십리뉴타운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원고)은 2007년 11월 7일 지에스건설 등 4개 건설사(피고들)와 아파트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정된 공사 기간은 34개월이었고, 착공신고일은 2010년 10월 13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2월경, 부동산 경기 악화와 분양가 문제 등으로 피고들은 공사를 약 5개월간 중단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들은 특위단을 구성하여 협상했고, 2011년 6월 초경 일반분양가 감액, 미분양 대책비 마련 등과 함께 중단된 공사 기간만큼 공사 기간을 순연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사는 2014년 2월 27일에 완료 및 부분준공인가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당초 약정된 공사 기간(2013년 8월 13일까지)을 기준으로 피고들이 197일 지체했으므로, 최대 8,182,733,719원의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피고들은 협약에 따라 공사 기간이 연장되었고, 연장된 기간 내에 공사를 마쳤으므로 지체상금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재개발정비사업의 공동시공사가 약정된 공사 기간보다 늦게 공사를 완료한 경우,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공사 중단 후 당사자들이 합의한 공사 기간 연장 협약의 유효성 및 해당 협약에 조합 총회 결의가 필요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들이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즉, 재개발조합이 건설사들에게 지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협약'을 통해 공사 중단 기간 5개월만큼 공사 기간이 순연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협약은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부담이나 의무를 지우는 사항이 아니어서 구 도시정비법 제24조에 따른 총회 결의가 필수적인 사항으로 보기 어렵거나, 설령 필요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들은 연장된 공사 기간(총 39개월) 내에 공사를 완료했으므로 지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재개발 사업에서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의 유효성과 그에 필요한 총회 결의 여부였습니다. 판례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총회 의결 사항)와 제20조 제3항, 제1항 제8호 및 제15호(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다수 동의 요건)를 검토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협약(공사 기간 5개월 순연 및 그 조건)이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부담을 지우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담시키는 사항이 아니므로 구 도시정비법 제24조에 따라 총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협약이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아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의 유추 적용도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설령 총회 결의가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총회 개최 시 배부된 책자에 공사 중단 사태와 그 수습을 위한 협의 과정, 협약 체결 경위, 그리고 준공 및 입주 예정일이 5개월 늦춰질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의 중요한 합의가 있을 경우, 그 내용과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효력을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공사 계약 시, 예상치 못한 상황(예: 경기 변동, 분양 시장 변화)으로 인한 공사 중단이나 지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초기 계약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공사 기간 연장 사유 및 절차, 지체상금 감면 또는 면제 기준 등을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공사 중단과 같이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내용과 그 효력에 대해 추후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조합원의 동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정관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판례처럼 조합원에게 이익이 되는 조건과 불이익이 되는 조건이 함께 포함된 합의의 경우, 전체적인 맥락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음을 참고해야 합니다. 사업 진행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합의 사항을 충분히 주지시키는 과정 또한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