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의료법인 K병원은 사망한 환자의 자녀들이 병원 앞에서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시위하자, 병원의 명예가 훼손된다며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유족 중 시위에 참여한 3명에 대해 특정 시위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2015년 1월 16일부터 K병원에 입원해 있던 고 G 씨가 2023년 3월 16일 사망하자, 그의 자녀들인 채무자 C, D, F는 같은 달 중순경부터 병원 근처에 '살이 썩고 뼈가 썩도록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K병원을 고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패널을 장착한 화물차를 주차시키고, 병원 정문 인근에서 고인의 제사를 지내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병원이 환자의 욕창을 가족 동의 없이 일반 병실에서 임의로 수술했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K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I는 유족들의 시위가 의료과실이 없는데도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환자 유족의 표현의 자유와 의료법인의 사회적 신용 및 명예라는 인격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유족의 시위 행위가 과연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는지에 대한 여부와 그로 인해 시위 금지 가처분 및 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 명령을 내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C, D, F에 대해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 시위 행위(별지2 목록 제2항 기재 각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500,000원의 간접강제금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 E에 대한 신청 및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와 채무자 C, D, F 사이에는 채권자가 30%, 채무자들이 나머지를 부담하며, 채권자와 채무자 E 사이의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환자 유족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병원의 명예와 사회적 신용도 보호받아야 할 인격권임을 인정하여,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유족 3명에 대해서는 시위 행위를 일부 제한하는 가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과도한 표현 행위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할 경우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에게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집니다. 즉, 타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 행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4다62597 판결 등 참조).
법인의 인격권: 채권자와 같은 의료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인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함으로써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유지하는 권리를 포함합니다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09헌가2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명예훼손의 제한: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진실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유족들의 시위 내용이 병원의 의료과실을 단정적으로 주장하여 병원의 사회적 신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금지 가처분 및 간접강제: 가처분은 본안 소송 이전에 권리 또는 다툼의 대상에 대한 현상 변경을 방지하거나 임시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거나 다툼의 대상에 대한 임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제도입니다. 시위금지 가처분은 특정 시위 행위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임시로 금지하는 명령입니다. 간접강제는 가처분 명령 등 법원의 이행 명령을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자로 하여금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하여 간접적으로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61조).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고자 할 때,
표현의 자유 한계: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과장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법인의 인격권: 개인뿐만 아니라 의료법인과 같은 단체도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 인격권을 가집니다. 따라서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시위 방식의 적정성: 시위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시위 방식이 과도하거나 공중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혹은 타인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극적인 문구, 고인의 환부 사진 게시, 특정 장소 점거 등은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개별 행위의 판단: 모든 관련 당사자가 동일하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도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유족 E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듯, 각자의 행위와 참여 정도에 따라 법적 책임이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간접강제금의 의미: 법원의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부과되는 간접강제금은 위반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입니다. 이 금액은 상황의 심각성, 위반의 반복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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