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차용증 강제집행 불허 판결

원고 A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했는데, 파산면책을 받자 피고 B의 요청에 의해 B의 아내 E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피고 B가 이 공정증서를 근거로 원고 A의 임금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자, 원고 A는 해당 공정증서가 실제 채무 관계 없이 형식적으로 작성된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증서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B의 처 E로부터 차용한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했던 인물. 파산면책 결정 이후 피고 B의 요구로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피고 B: 원고 A에게 자신의 처 E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공정증서 작성을 요청한 인물로, 후에 공정증서에 기해 원고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시도했습니다.
• E (피고 B의 처): 원고 A가 대표로 있던 주식회사 D에 1억 2천만 원을 빌려준 원래 채권자입니다.
• 주식회사 D: 원고 A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 E로부터 1억 2천만 원을 차용한 주채무자입니다.
• F: 원고 A와 피고 B를 대리하여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한 대리인입니다.
• G: 원고 A의 고용주로, 피고 B가 이 사건 공정증서에 근거하여 원고 A의 G에 대한 임금채권을 압류 및 추심하려 했습니다.
• H: 피고 B의 요구를 원고 A에게 전달하고 각서 작성을 요청한 인물입니다.

분쟁 상황

2011년 6월 17일, 원고 A가 대표이사로 있던 주식회사 D는 피고 B의 처 E로부터 1억 2천만 원을 차용했고, 원고 A는 이 채무를 연대보증했습니다.

2012년 8월 23일, 원고 A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했고, 해당 채권은 채권자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2013년 1월 29일 원고 A는 파산선고 결정을 받았습니다.

2013년 5월 14일, 원고 A는 피고 B에게 "E에게 3억 원을 차용했으나 부득이 파산신청을 했다. 위 금액 중 1억 2천만 원이 남아있는데, 이 사건 파산면책 사건과 관계없이 별도로 변제할 것을 약속하며, 피고에게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 발행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했습니다.

2013년 6월 12일,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 채권자와 채무자의 대리인인 F의 촉탁에 의해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가 작성되었습니다. 이 공정증서상에는 채권자가 피고 B, 채무자가 원고 A, 변제기는 2015년 5월 31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 11월 13일, 원고 A는 면책 결정을 받았고, 당시 채권자 목록에는 E의 차용금 채권 중 5천만 원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2018년 7월 25일, 피고 B는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하여 2억 1백37만786원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원고 A의 G에 대한 임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2018년 10월 29일 그 인용결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이 사건 공정증서가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무효이므로 강제집행이 불허되어야 한다며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A의 주장을 받아들여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핵심 쟁점

실제 채무 관계 없이 단순히 형식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가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그리고 그에 따른 강제집행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A에 대해 공증인가 법무법인(유한) C 증서 2013년 제271호 공정증서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불허했습니다. 또한 이 법원이 2018카정5171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18년 11월 12일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인가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다음의 여러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 A가 피고 B의 요청에 의해 피고 B의 처 E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1. 원고의 파산면책 사건 당시 채권자 목록에는 이 사건 차용금 채권 중 5천만 원만 기재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공정증서에는 1억 2천만 원으로 기재되어 액수가 달랐습니다.
2. 원고가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가 돈 문제로 처와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원고에게 전달되었고, 각서 내용에 원고의 파산 신청 경위가 자세히 기재되어 있어 공정증서가 보여주기 위한 용도였다는 주장에 부합했습니다.
3. 이 사건 차용금 채권은 원래 E가 주식회사 D에 빌려준 것이고 원고 A는 연대보증인인데, 공정증서에는 채권자가 피고 B, 채무자가 원고 A로 되어 있으며 변제기도 2015년 5월 31일로 달리 정해져 채무 관계의 당사자 및 내용이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4. 피고 B는 공정증서 작성일로부터 약 5년 동안 단 한 번도 원고 A에게 변제를 독촉한 사실이 없다가 뒤늦게 강제집행을 시도했습니다.
5. 피고 B 또는 E는 원고 A의 파산면책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피고 B는 원고 A의 파산면책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였습니다.
6. 원고 A가 공정증서 작성 대리인인 F에게 공정증서 작성과 관련된 정당한 대리권을 수여했는지 인정하기에 부족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이 조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법률 행위(예: 금전소비대차 계약)가 겉으로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사자들이 서로 짜고 진정으로 그러한 효과를 발생시킬 의사가 없었던 경우, 그 법률 행위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A와 피고 B 사이에 작성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가 실제 채무를 발생시킬 의도 없이 '피고의 처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목적만으로 작성된 것이며, 당사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서로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8조에 따른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2. 민법 제2조(신의성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모든 법률 관계의 기본 원리입니다. 비록 이 사건 판결에서 직접적으로 인용되지는 않았으나, 형식적으로 작성된 공정증서를 뒤늦게 강제집행에 이용하려 한 피고 B의 행위는 당사자 간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었음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습니다. 법적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면책의 효력)​ 이 조항은 파산 절차에서 채무자가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으면, 면책된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이 소멸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 A는 파산선고 및 면책 결정을 받았으며, 이 사건 차용금 채권도 채권자 목록에 포함되어 면책 대상이었습니다. 피고 B 또는 E가 파산면책 절차에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채무가 면책되었음을 인정하는 정황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면책된 채무에 대해 다시 새로운 채무를 부담시키는 계약을 하는 것은 그 유효성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참고 사항

1. 형식적인 서류 작성의 위험성: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실제 채무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목적(예: 배우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으로 차용증이나 공정증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지는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서류는 나중에 실제 채무로 간주되어 예상치 못한 강제집행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통정허위표시의 입증 중요성: 서류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임을 주장하려면 해당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이 아님을 당사자들이 서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파산면책 채권자 목록과의 불일치, 각서 작성 당시의 배경 설명, 채무 관계 당사자의 변경, 장기간 채무 독촉이 없었던 점, 파산면책에 대한 이의 부재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되어 통정허위표시임을 인정받았습니다.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대리인 선임 및 위임 시 주의: 공정증서 등을 대리인을 통해 작성할 경우,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위임 내용이 본인의 실제 의사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권 수여 과정에 하자가 있거나 의사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효력이 나중에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4. 채무 관계 변화의 명확화: 기존 채무(예: 연대보증)와 새로운 서류상의 채무 내용(예: 주채무자 변경, 채권액 변경 등)이 다를 경우, 그 변화의 경위와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나중에 채무의 진정성을 다투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5. 파산면책 채무 처리의 신중함: 파산면책을 통해 채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면책된 채무를 다른 형태로 다시 약속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면책된 채무에 대해 새로운 채무를 부담시키는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그 유효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