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이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유지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으로서 진술의 피암시성이 높고, 유도 질문 가능성 및 다른 가해자와의 혼동 가능성이 있으며,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가해자 H으로부터도 유사한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과 H, 그리고 각자의 범행을 명확히 구분하여 진술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과 어머니의 진술,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 주거지를 방문한 기록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했으나, 피고인 측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명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수사 기관의 질문 방식이 피해자의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특히 여러 가해자에 의한 유사한 범행이 있었을 때 각 가해자와 범행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진술하는 능력 및 수사 과정에서 유도 질문이나 암시가 진술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은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이 사건 피해자의 진술이 다른 유사 사건 가해자 H에 대한 진술과 혼재되어 있고,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의 유도 질문이나 암시에 의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 역시 피고인과 H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고,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 주거지에 방문한 사실만으로는 범행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공소사실에 직접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고, 다른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의 무죄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증거의 신빙성 판단, 특히 취약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과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대법원은 성추행 피해 아동이나 지적장애로 인해 정신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성인의 수사기관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의 증명책임 및 무죄 추정의 원칙: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만약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항소심의 판단 기준(사후심적 속심):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는 성격을 가지지만,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객관적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1심의 사실인정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합니다.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이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들을 종합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며,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사건에서 지적장애인 또는 아동 피해자의 진술은 특별히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인지적 특성과 발달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질문자의 암시나 유도 질문, 반복적인 신문이 진술 내용에 변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여러 가해자에 의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각 가해자와 범행 상황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진술의 세부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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