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으로 유령법인 만들어 범죄수익 가로챈 친구들 사건

피고인 A와 B는 친구 사이로, 실제 사업 운영 계획 없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잔고증명서를 가장납입하는 방식으로 법인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개설한 법인 계좌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으로 양도하고 대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들어오자,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고의로 오류 입력하여 계좌를 정지시킨 뒤 직접 은행에 방문해 비밀번호를 초기화하고 피해금 수천만 원을 인출하여 나누어 가졌습니다. 피고인 A는 횡령한 돈을 차명 계좌로 옮기거나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습니다. 피고인 B은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고 피해금을 횡령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횡령,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각각 징역형과 추징금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무직. 피고인 B의 친구로, 유령법인 '㈜K'의 대표자 명의를 빌려 대포통장 개설 및 양도에 가담했습니다. 이후 대포통장에 송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하고 그 범죄수익을 차명 계좌와 가상화폐를 통해 은닉했습니다.
• 피고인 B: 무직. 피고인 A의 친구이며, 과거 상해죄로 징역형을 복역한 전력이 있습니다. 유령법인 '㈜J'과 '㈜AH'의 대표자 명의를 빌려 대포통장 개설 및 양도에 주도적으로 가담했으며,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하고 범죄수익 은닉을 방조했습니다.
• N, O, S, U, R: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대포통장 유통 및 범죄수익 인출 등에 가담한 성명 불상의 공범들입니다.
• 피해자 G, P, Q, T: 성명 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에게 속아 피고인들이 개설한 유령법인 계좌로 돈을 송금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 성명 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 피고인들로부터 유령법인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양도받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한 사기범들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 A와 B는 친구 사이로, 소호사무실 주소지를 빌려 자본금 1천만 원을 잠시 예치하여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인출하는 '견금' 방식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그 계좌를 성명 불상의 범죄 조직원에게 대가를 받고 양도하기로 공모했습니다. 그들은 2022년 3월 말 ㈜J, 2022년 4월 초 ㈜K를 허위로 설립하고, 실제 사업 계획 없이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며 본점 소재지를 허위로 기재하여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상법위반(자본금 가장납입)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J와 ㈜K 명의의 H은행 계좌를 개설한 후 OTP와 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하여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양도한 계좌의 잔액을 ARS로 확인하던 중,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잔액을 발견하고 이를 인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22년 5월 10일경 ㈜K 계좌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고의로 3회 오입력하여 계좌를 정지시킨 후, 피고인 A가 은행에 방문하여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피고인 B의 계좌로 81,020,000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돈에는 피해자 G, P, Q 등으로부터 보이스피싱으로 송금된 31,262,000원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인 B은 이를 공범들과 나누어 임의로 소비했습니다(횡령). 또한 피고인 A는 횡령한 돈 중 23,400,000원을 차명 계좌로 송금받고, 이를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습니다. 피고인 B은 2020년에도 ㈜AH라는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하고, 송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 8천만 원 중 5,314,000원을 횡령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인들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여 법인등기부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행위(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상법위반)가 인정되는지 여부.
2. 유령법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양도한 대포통장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한 행위가 횡령죄로 인정되는지 여부.
4. 횡령한 범죄수익을 차명 계좌로 옮기거나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등으로 은닉한 행위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인정되는지 여부.
5. 피고인 A가 ㈜J 관련 범행에 공모하여 공동정범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
6. 검사가 구형한 추징금의 액수가 범죄수익 또는 범죄피해재산에 해당하는지, 추징의 범위가 적정한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합니다.
2.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합니다.
3. 피고인 A로부터 2,000,000원을, 피고인 B으로부터 4,000,000원을 각각 추징합니다.
4. 위 추징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납할 것을 명령합니다.
5. 배상신청인 G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인들이 실제 사업 목적 없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여 법인등기부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행위, 유령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양도한 행위, 그리고 대포통장에 송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한 횡령 행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A의 ㈜J 관련 범행 공모 주장은, 자본금 마련 과정과 대가 분배, 공범 진술 등을 종합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되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A의 범죄수익 은닉 행위 또한 유죄로 판단되었습니다. 추징금은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한정되며 범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목적에 따라 검사의 구형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산정되었습니다. 범죄피해재산의 경우 피해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추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되었습니다.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상명령신청은 각하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형법 제228조 제1항)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죄 (형법 제229조)​:
   •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과 동일한 전자기록(예: 법인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록하게 하거나, 그렇게 기록된 문서를 사용하는 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유령법인 설립 시 실제 사업 목적 없이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고 허위 본점 소재지를 신고하여 법인등기부에 허위 사실이 기재되게 하고 이를 이용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2. 자본금 납입가장죄 (상법 제628조 제1항)​:
   •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자본금을 늘릴 때, 실제로는 돈을 내지 않으면서 돈을 낸 것처럼 속이는 행위입니다. 피고인들이 '견금' 방식으로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직후 자본금을 인출하여 회사의 자본금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게 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3.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
   • 누구든지 접근매체(금융계좌 비밀번호, OTP, 공인인증서 등)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피고인들이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와 관련된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행위가 이 법에 따라 처벌되었습니다.
4. 횡령죄 (형법 제355조 제1항)​:
   •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돌려주지 않는 죄입니다.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었을 때, 그 계좌의 명의자 또는 실질적 관리자가 피해자들을 위해 돈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의로 인출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행위가 횡령죄로 인정되었습니다.
5.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
   • 범죄로 얻은 수익의 취득이나 처분 사실을 숨기거나 가장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 A가 횡령한 돈을 차명 계좌로 이체하고 가상화폐를 매수하여 돈의 출처를 불분명하게 만든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6.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방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2조 제1항)​:
   • 다른 사람이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가장하는 행위를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고인 B이 대포통장 접근매체를 제공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수익을 숨기기 쉽게 만든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7. 공동정범 (형법 제30조)​:
   • 두 명 이상이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직접 범죄를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그 실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피고인 A는 ㈜J 관련 범행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자본금 마련, 대가 분배 등에서 공동 가담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되어 공동정범으로 판단되었습니다.
8. 추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10조 제1항, 제8조 제1항)​:
   •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 처분입니다. 추징은 범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에 한정되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또한, 범죄피해재산의 경우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매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추징이 가능하며, 피해자의 피해 회복 의지가 있는 경우에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사항

1. 법인 명의 또는 개인 명의 계좌 대여 및 양도 금지: 사업 목적 없이 법인을 설립하거나 본인 명의의 계좌(법인 계좌 포함)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등 조직적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절대로 가담해서는 안 됩니다.
2. 범죄수익 횡령의 위험: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계좌에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인한 피해금이 입금된 사실을 알고 이를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하면 '횡령죄'가 추가로 성립합니다.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공범 관계와는 별개로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범죄가 됩니다.
3. 범죄수익 은닉 행위의 처벌: 범죄로 얻은 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차명 계좌로 송금하거나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추가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범죄 행위 자체와는 별개로 돈의 흐름을 조작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4. 누범 및 가중처벌: 과거에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누범'으로 분류되어 형량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종 범죄로 인한 전력이 있다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며, 재범은 법정형의 상한선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5. 피해 회복 노력의 중요성: 범죄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자발적으로 배상하거나 공탁하는 등의 피해 회복 노력은 재판 과정에서 양형(형량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