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E은 H조합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으나 이를 갚지 못했고, 그 보증을 선 A중앙회가 대신 빚을 갚아주게 되었습니다. A중앙회가 E에게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E이 자신의 부동산을 피고 B와 D에게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중앙회는 E의 재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치려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 가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E이 피고 B에게 제1부동산을 매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피고 B는 A중앙회에 1,9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로부터 제1부동산을 다시 매수한 피고 C과, E으로부터 제2부동산을 매수한 피고 D는 선의의 매수인으로 인정되어 A중앙회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채무자 E은 H조합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았고, A중앙회는 이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을 섰습니다. E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A중앙회가 H조합에 대신 4억 2천만 원이 넘는 빚을 갚아주었습니다. A중앙회는 E에게 이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A중앙회가 대신 갚기 불과 5개월 전 E이 자신의 재산인 부동산 두 필지를 피고 B와 D에게 팔아넘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E은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였으므로, A중앙회는 E이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산을 처분한 사해행위라고 보고, 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재산 가액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채무자 E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치려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채무자 E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피고 B와 D, 그리고 피고 B로부터 다시 매수한 피고 C이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는지(악의) 또는 모르고 있었는지(선의) 여부입니다. 셋째,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매매계약을 어느 범위에서 취소하고, 어떻게 원상회복할 것인지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E과 피고 B 사이에 2023년 9월 19일 체결된 제1부동산 매매계약을 1,96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또한 피고 B는 원고 A중앙회에 1,960만 원 및 이 금액에 대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반면, A중앙회의 피고 C과 피고 D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A중앙회와 피고 B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피고 B가, 원고 A중앙회와 피고 C, D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 A중앙회가 각각 부담합니다.
법원은 먼저 A중앙회가 E에 대해 가진 구상금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피보전채권’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E이 부동산 매매계약 당시 소극재산(빚)이 적극재산(재산)보다 많은 무자력 상태였고, 이로 인해 채권자들을 해할 것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판단하여 E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B의 경우, E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계약을 한 점, 계약 경위나 매수 동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E의 사해행위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해행위 취소 및 원상회복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은 E이나 B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고 시세에 맞는 매매대금을 지급했으며 실제로 거주하는 등 선의의 전득자로 인정되어 A중앙회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D 또한 E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시세에 맞는 대금을 지불(근저당권 인수 포함)하고 이자를 꾸준히 변제한 점 등으로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되어 A중앙회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1부동산의 가액에서 근저당권 말소로 인한 피담보채무 금액을 공제한 1,960만 원 범위 내에서 피고 B에게 원상회복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이 판결은 민법의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 관련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악의)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증여하는 등 법률행위를 하여 채무자의 재산이 줄어들어 채권자들이 빚을 받기 어렵게 된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려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E이 대출을 연체하고 빚이 재산보다 많은 무자력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는 채권자 A중앙회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자(재산을 받은 사람) 또는 전득자(다시 그 재산을 산 사람)의 악의/선의 판단'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등)에 따르면, 채무자의 악의는 채권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수익자나 전득자가 악의라는 점은 채권자가 증명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수익자나 전득자 자신이 '선의(채무자의 사해행위를 몰랐다는 것)'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E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공인중개사 없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경위나 매수 동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선의'라는 점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되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피고 C은 E이나 B와 특별한 인적 관계가 없고 시세에 맞는 매매대금을 지급했으며 실제로 제1부동산에 거주하는 점 등을 근거로 '선의'의 전득자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 D 역시 E과 특별한 관계가 없었고 시세에 맞는 매매대금을 지급(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로 갈음)하고 이자를 꾸준히 변제하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 '선의'의 수익자로 판단되어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그 행위로 인해 감소한 채무자의 재산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이를 '원상회복'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1부동산에 설정되었던 근저당권이 말소된 경우, 그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1,960만 원)을 가액으로 반환하도록 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금액만큼만 원상회복을 명했습니다.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경우, 법률 행위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때 재산을 매수한 사람(수익자)이나 다시 매수한 사람(전득자)은 자신이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알지 못했다는(선의)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선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매도인(채무자)과의 특별한 관계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인척 관계나 오랜 지인 관계 등은 악의를 추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부동산의 시세에 맞는 적정한 대금을 지급했는지, 그리고 그 대금 지급 내역이 명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수했거나 대금 흐름이 불분명하다면 악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 등 정상적인 거래 과정을 거쳤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간의 직접 거래이거나 계약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넷째, 매수한 부동산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수익하는 등 정상적인 권리 행사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 피고 C은 실제 거주, 피고 D는 이자 납입 등의 사실이 선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대로 피고 B는 계약 경위가 불분명하고 매수 후 처리 과정도 석연치 않아 선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