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운영했던 섬유가공공장을 정리하고 이제는 노후를 즐기자고 결심한 왕세련씨. 중국에서 섬유공장을 하고 있는 나꼼꼼씨에게 공장기계를 팔기로 계약하고 나꼼꼼씨의 중국공장까지 기계를 운반해 주기로 했습니다. 왕세련씨는 여기저기 알아보다 해외로 기계를 운반하려면 외화획득용 원료·물품 등 구매(공급)확인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확인신청을 했습니다. 이때 원화로 썼던 계약서의 계약대금을 미국달러로 변경하고 나꼼꼼씨에게도 확인용으로 바뀐 계약서를 보냈습니다. 약속한 날짜에 기계를 중국으로 잘 운반시키고 왕세련씨는 나꼼꼼씨에게 매매대금을 미국달러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나꼼꼼씨는 원래 계약했던 원화로 잔금을 치루겠다고 합니다. 기계대금을 원화로 계약했다가 외화획득용 원료·물품 등 구매(공급)확인 신청을 하면서 왕세련씨가 일방적으로 미국달러로 바꾼 계약서를 나꼼꼼씨에게 송부했고 나꼼꼼씨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황, 과연 나꼼꼼씨는 잔금은 어떤 통화로 지급해야 할까요?
- 주장 1
왕세련씨: 아니, 제가 서류를 보내드렸잖아요. 그때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니 이제 와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서류를 받으시고 아무런 이의도 없으셨으니 미국달러로 계약내용이 바뀐 거고 당연히 미국달러로 대금을 주셔야죠.
- 주장 2
나꼼꼼씨: 대금지급통화를 초기 계약 내용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데...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 말 한마디 없이 문서만 송부한다고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새로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저는 원래대로 원화로 대금을 내겠어요.
정답 및 해설
나꼼꼼씨: 대금지급통화를 초기 계약 내용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데...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 말 한마디 없이 문서만 송부한다고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새로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저는 원래대로 원화로 대금을 내겠어요.
대법원은 섬유가공 기계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매매계약서에는 기계대금이 원화로 표시되었는데, 매도자가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서를 발급받고자 매수인에게 송부한 원자재매도확약서(Offer Sheet)에는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었고, 양 당사자가 위 확약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외화획득용원료·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에도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기재되어 있는 사안에서 매매대금에 관한 지급통화의 변경은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기계대금을 원화로 표시한 매매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위 확약서나 확인신청서에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매수인이 별다른 이의 없이 확약서를 수령하고 확인신청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기계대금의 지급통화를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변경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8854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