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매매/소유권 · 행정
한때는 분양만 받으면 수억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에서 분양 광풍이 불었습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에 비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10억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었고, ‘로또 분양’이라고 불리며 천 단위의 경쟁률이 기록됐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청약을 받기 위한 부정 청약 또한 기승을 부렸는데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당국에 적발된 부정 청약 건수만 1,00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부정 청약 중 가장 큰 비중은 위장전입입니다. 위장전입은 해당 지역 거주자의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소로 전입신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물론 입주자 모집공고에서는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소로 전입신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주자 우선 분양의 원칙’에 따라 인기가 많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지역 거주자를 우선 배정합니다. 한때는 왠만한 지역은 조정대상지구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거주자가 아니면 분양받을 길이 요원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전입신고만 하는 겁니다.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은 65세 이상 직계존속을 3년 이상 계속해서 부양할 경우 청약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러자 성인 남성 A은 부인, 28살 딸, 22살 아들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의 전용면적 77㎡(방 3개)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사는 모친과 장모를 지난 2020년 각각 한 달 간격으로 전입시킨 사례가 위장전입으로 적발되었습니다. 성인 부부, 성별이 다른 성인 자녀, 사돈지간이 방 3개짜리 집에서 3년간 사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입니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등 모든 특별공급은 ‘무주택 세대 구성원’ 가구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주택 소유자인 배우자나 가족 때문에 분양받기가 어려워지면 따로 무주택 세대를 구성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위장이혼까지 감행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두 자녀를 양육하다가 공공 신혼부부 특별공급 한부모 가족 유형으로 청약에 당첨되어 적발된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이렇게 적발되면 주민등록법 위반이나 주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지고, 청약도 취소되고, 10년 동안 청약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부정 청약자가 잔금을 치르고 이미 거주하고 있다면, 기존의 입주금에 생산자물가상승률과 감가상각비를 공제한 주택가격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퇴거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시세차익은 보전 대상이 아닙니다.
실제로 위장전입까지 감행할 정도라면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자, 나아가 ‘투기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은 청약받은 분양권을 전매하고 챙길 두둑한 피(‘프리미엄’)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이 청약받은 아파트를 전매했다면 양상은 달라집니다. 부정 청약자가 청약을 받은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부정 청약자인지 모르고 부동산을 매수인한 사람에게까지 부동산을 일괄 환수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습니다.
법은 공급질서 교란 행위(즉, 위장전입)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주택 또는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취득한 매수인이 해당 공급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이 없음을 소명하는 경우에 한하여 공급계약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주택법 제65조 제6항). 해당 규정은 2021년 3월 9일에 신설되고, 2021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부정 청약자로 적발되면 해당 주택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그 사실이 통보되고, 장관은 적발자로부터 주택을 매수한 자에게 1개월 이내에 ‘공급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이 없음’을 스스로 소명하라고 요구합니다. 매수인이 아파트를 사수하려면 자신은 위장전입을 알지 못하였다고 적극 소명해야 하고, 소명하지 못하거나 소명이 부족하면 보호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적극적으로 소명하여 자신은 매도인의 위장전입 등과 관련이 없음을 어렵게 확인받았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법에서는 ‘취소’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가 아닌 ‘해제’는 제한 없이 가능합니다. 모두 소급효가 있기에 취소와 해제가 ‘그게 그거 아니냐’라는 반문을 할 수 있지만, 요건와 적용범위, 효과까지 다르기에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합니다(선의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따라서 해제의 경우 매수인은 ‘제삼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의 제삼자는, 그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적 효과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며 등기‧인도 등으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자를 지칭합니다. 계약상의 채권을 양도받은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수인이 인도와 등기까지 마쳐다면 보호받을 수 있지만, 등기나 인도를 받지 않고 수분양자의 지위에 불과하다면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즉, 분양권 ‘딱지’만 가지고 있으면 해제로부터 보호될 수 없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권을 매수한 B의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211세대를 특별공급하였는데, 이른바 ‘떳다방’인 불법 주택 청약 모집책은 C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고 교부받은 주택 청약에 필요한 서류 등을 이용해 C 명의로 특별공급을 신청하여 당첨되었습니다. B는 3,800만 원의 피를 지급하고 C로부터 분양권을 매수했습니다. 이후 B는 단속되어 벌금 100만 원을 납부하였고, 영등포구청장은 조합에 ‘C와의 아파트 계약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조합은 C에게 분양을 ‘해제’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C는 자신이 조합의 해제로부터 보호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조합을 상대로 ‘수분양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B는 자신이 불법 청약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 사건 분양권을 매수한 선의의 제3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C가 매수한 분양권은 아파트를 전속적‧배타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기에 보호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년 11월 17일 선고 2022나2023327 판결, 이 사건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사업시행자(시행사, 조합, 신탁사 등)가 분양계약을 취소하면 청약자인 매도인의 위장전입과 관계없음을 적극 소명해야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가 분양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소명과 관계없이 입주와 등기를 마쳐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 주택법상으로는 위장전입이 적발돼도 분양계약을 ‘취소’하도록 강제되어 있을 뿐, ‘해제’하도록 강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아직 준공이 안된 상황에서는 취소의 통지 외에 해제의 통지를 할지에 결정할 수 있고, 이는 분양의 성패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분양성적이 그리 좋지 않으면 애시당초 위장전입까지 감행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단 분양시장이 단기간 동안 급슥도로 식어버리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