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43세 산모 G가 제왕절개 이력이 있음에도 J병원에서 브이백(VBAC)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태아 심박수 이상과 자궁파열이 발생하여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산모는 과다출혈과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 등으로, 신생아 K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주치의 E와 병원 운영자 F를 상대로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주치의가 고위험 산모의 분만 과정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응급 제왕절개술을 지체하여 자궁파열을 악화시킨 과실을 인정했으나, 산모가 위험을 고지받고도 유도분만을 거부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들은 원고 A(남편)에게 3억 5천만원, 원고 B(첫째 아들)에게 약 8천만원, 원고 C, D(부모)에게 각 1천 3백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망인(43세, 초등교사)은 2019년 6월 26일 J병원에서 제왕절개 이력이 있음에도 브이백(VBAC) 자연분만을 시도했습니다. 주치의 E은 분만 중 09:30경부터 10:30경까지 약 1시간 동안 망인을 직접 진찰한 객관적 자료가 없었고, 이 시간 동안 망아의 심박동수는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큰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주치의는 10:30경부터 10:35경까지 자연분만을 촉진하기 위해 '푸싱'을 시행했습니다. 10:35경 망아의 심박동수 감소로 응급 제왕절개술에 들어갔을 때, 이미 망인의 자궁은 파열되어 망아의 팔이 빠져나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수술 후 망인은 과다출혈과 급성 쇼크가 의심되었고, 수혈 및 상급 병원 전원이 늦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망인은 자궁파열에 따른 출혈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고, 망아도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주치의의 경과 관찰 소홀, 부적절한 처치,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피고 측은 브이백 위험을 고지했고 산모가 유도분만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주치의가 고위험 산모의 분만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적절한 시기에 응급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의료 과실과 산모 및 신생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그리고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산모의 건강 상태와 선택이 사고 발생 및 확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350,030,242원, 원고 B에게 80,867,125원, 원고 C, D에게 각 1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년 7월 6일부터 2024년 2월 16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주치의 E이 고위험 산모인 망인의 태아 심박동수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응급 제왕절개술을 지체하여 자궁파열을 악화시킨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응급 제왕절개술 과정에서의 자궁 봉합 미흡, 수혈 지연, 전원 지체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고, 산모가 브이백의 위험성을 고지받고도 유도분만 권유를 거부하며 질식분만을 선택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산부인과 주치의가 고위험 브이백 분만 중 산모의 경과 관찰 의무를 소홀히 하여 자궁파열 및 응급 제왕절개술이 지체된 과실로 인해 산모와 신생아가 사망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의 철저한 주의의무 준수를 강조하는 판결입니다. 다만, 환자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 분만 방식을 고집한 점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배상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그리고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로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17533 판결 참조). 특히 브이백 시도 산모와 같이 자궁파열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태아 심박동수 감시(NST)를 지속적으로 하고, 심각한 심박동수 이상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응급 제왕절개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주치의가 고위험 산모의 태아 심박동수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응급 제왕절개술을 지체하여 자궁파열을 악화시킨 점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인과관계의 추정 및 증명책임 완화: 의료행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환자 측이 의료인의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료 과실의 존재와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음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합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참조). 본 사례에서는 의사의 경과 관찰 소홀 및 응급 제왕절개술 지연이 자궁파열 악화와 산모·태아 사망의 개연성을 높였다고 보아 인과관계가 추정되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 의사는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환자에게 수술 등 위험을 수반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의료행위에 응할지 결정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판결 참조). 질식분만이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면 제왕절개술 등 대체 분만 방법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주치의가 브이백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고지했고 산모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을 근거로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과실 상계): 의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의사 측 과실의 내용과 정도, 진료 경위와 난이도, 의료행위의 결과, 환자의 특성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 분담의 공평을 기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8332 판결 참조). 이 판결에서는 브이백 시술 자체의 내재된 위험성, 망인이 고위험 산모였음에도 유도분만 권유를 거부하고 질식분만을 고집한 점 등이 고려되어 피고들의 책임 비율이 30%로 제한되었습니다.
공무원연금법 제43조 제1항 및 제62조 제1항,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58조 제1항: 사망한 망인이 초등교사였으므로, 사고가 없었다면 받을 수 있었을 퇴직연금일시금과 퇴직수당을 산정하는 기준 법령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이는 사망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일실수입)를 계산하는 데 적용되는 법규입니다.
이전 제왕절개 이력이 있거나 고령 산모인 경우 브이백(VBAC)은 자궁파열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이 높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여 위험 요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분만 과정 중 태아 심박동수 등 중요한 신체 지표에 변화가 관찰될 경우,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설명이나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 기록, 특히 태아 감시 장치(NST) 그래프와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는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잘 보관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지만, 의사가 명확히 고위험임을 알리고 권유하는 대체 치료법(예: 유도분만)을 거부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환자 측의 책임도 일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고위험 분만 시에는 언제든지 응급 수술이나 수혈, 상급 병원 전원 등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의료기관의 응급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