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고인 A는 동서 C가 운영하는 캠핑카 제작·판매 회사 'B'의 명목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실제로는 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회사는 심각한 재정난에 처했으나 C와 A는 고객들에게 캠핑카 판매 대금 약 61억 원을 받고도 차량 인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A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는 A가 회사의 실제 재정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C는 2017년 주식회사 B를 설립하여 캠핑카를 제작·판매했으나 사업 초기부터 자금 부족과 과도한 할인 판매로 인해 2019년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C와 피고인 A는 이러한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태를 숨긴 채 고객들에게 캠핑카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받았습니다. 피해자 G는 2019년 10월경 캠핑카 대금 1억 3,500만 원을 지급했으나 약속된 6개월 후에도 차량을 인도받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22년 2월까지 총 70회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약 6,144,287,743원 상당의 캠핑카 대금을 편취한 혐의로 C와 피고인 A는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 A가 주식회사 B의 명목상 대표이사 겸 영업 총괄 직원으로서 회사의 재정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캠핑카를 인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알면서도 고객들로부터 대금을 편취하려는 사기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었지만 실제로는 영업 총괄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회사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C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C가 회사의 인사, 자금 관리, 계약 체결, 판매 금액 등을 모두 결정했습니다. 비록 피고인이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음을 인식하고 고객들의 항의에 응대하기도 했으나, 캠핑카가 계속 출고되고 있었고 2021년 공장 화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도 있었으며 C가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제조 및 인도 의사나 능력이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죄를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통해 범죄사실을 확신해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이는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또한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여 사기죄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 단순히 회사가 경영 부진 상태여서 파산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설령 회사가 파산할 가능성을 인식했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믿고 계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특히 직원의 경우 경영자에 비해 사기죄 고의를 인정하기 더욱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항소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실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회사 재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없었다면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업 실패로 인해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경우가 사기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경영자가 파산 가능성을 알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채무 이행을 위해 성실히 노력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직원의 경우, 회사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나 경영 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과 회사 내에서의 실제 권한, 재정 정보 접근성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유사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