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실직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나무직씨. 얼마 전 결혼식에 다녀와서 생활비를 마련할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 다음 일요일, 나씨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장에 가서는 축의대 옆에 서서 신부 측의 접수인(接受人)인 것처럼 행세를 했죠.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하객들은 나씨를 진짜 축의금 접수인인 것으로 착각하고 축의금을 내밀었습니다. 나씨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신부측 가족에게 덜미를 잡혔어요. “아니!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뺏은 것도 아닌데, 무슨 죄란 말이에요?!” 과연 나씨의 말이 맞는 걸까요?
- 주장 1
나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하객들이 스스로 착각하고 준 것이니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해요. 물론 돈을 준 사람들은 억울하겠지만요.
- 주장 2
마치 자기가 축의금 접수인인 것처럼 행동하여, 하객들이 속아서 돈을 준 것이므로 사기죄로 보아야 합니다.
- 주장 3
아니에요. 하객들은 나씨에게 돈을 준 게 아니라 신부 측에 전달하라는 뜻이었으니, 이건 신부측의 돈을 훔친 것입니다. 절도죄에 해당해요.
정답 및 해설
아니에요. 하객들은 나씨에게 돈을 준 게 아니라 신부 측에 전달하라는 뜻이었으니, 이건 신부측의 돈을 훔친 것입니다. 절도죄에 해당해요.
정답 3)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기망자(欺罔者)에게 속아서 가지고 있던 재물을 넘겨준다는 종국적인 의사를 가지고 기망자에게 넘겨 준 경우에는 기망자의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기망자에게 속은 경우라도, 그 재물을 최종적으로 기망자에게 넘겨주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기망자가 별도의 행위로 그 재물을 가져간 경우라면, 절도죄가 됩니다. 이 사례에서, 하객들은 나씨에게 최종적으로 축의금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나씨의 행동에 속아서 나씨가 축의금 접수인인 것으로 알고 접수처에 전달하는 뜻으로 나씨에게 건네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돈은 접수처에게 교부된 것으로서, 나씨는 단지 접수처에 교부된 돈을 가로챈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나씨에게는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 참조판례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2227 판결 【판시사항】 예식장 축의금 접수대에서 접수인인 것처럼 행세하여 축의금을 교부받아 가로챈 행위의 처단 죄명(절도) 【판결요지】 피해자가 결혼예식장에서 신부 측 축의금 접수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피고인에게 축의금을 내어 놓자 피고인이 이를 교부받아 가로챈 사안에서, 피해자의 교부행위의 취지는 신부 측에 전달하는 것일 뿐 피고인에게 그 처분권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단지 신부 측 접수대에 교부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그 돈을 가져간 것은 신부 측 접수처의 점유를 침탈하여 범한 절취행위라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 * 관련 조문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