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 A는 피고 주식회사 B로부터 건물을 임차했으나, 피고는 임대차 기간 중 건물을 제3자 H에게 매도했습니다. 원고는 임대차 기간 만료 후 피고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고, 피고는 매수인 H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고 원고가 이를 승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늦은 전입신고로 인한 대항력 미확보와 경매 절차에서의 우선변제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피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매수인의 채무인수를 승낙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전입신고 지연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경매절차에서 대항요건 미비로 우선변제권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8천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평택시 D 건물 제12층 E호를 임대차보증금 8천만 원에 임차하고 거주했습니다. 임대차 기간 중인 2021년 10월 19일, 피고는 건물을 제3자 H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원고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된 후 피고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매수인 H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고 원고가 이를 승낙했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전입신고를 늦게 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현재 H의 파산으로 건물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고 원고가 우선변제권을 가지고 배당받을 예정이므로 피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건물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고 임차인이 이를 승낙했다고 볼 수 있는지, 임차인의 전입신고 지연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지,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건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임대차보증금 80,000,00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제1심판결 주문 제2항 중 오기된 부분을 경정합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건물을 매도했더라도 임차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승낙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차인의 전입신고 지연이나 경매 절차에서의 우선변제권 미비 등은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455조는 채무인수에 대한 채권자의 승낙에 관한 규정으로, 부동산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인수하고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지 않는 '이행인수'로 보며,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되려면 임차인(채권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대인이 매도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고, 임차인의 명시적 승낙이 없었으며, 매매대금이 보증금과 동일하여 매수인의 무자력 위험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임차인이 묵시적으로 채무인수를 승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임대차는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대항력이 생깁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경매 시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매수인 H이 소유권을 취득한 2021년 10월 19일 이후인 2021년 10월 27일에야 전입신고를 하여 H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우선변제권도 주장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며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데, 법원은 원고가 전입신고를 늦게 한 과실이 피고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채무를 면책시키기 위해 대항력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차 계약 시 대항력 확보를 위해 주택의 인도(점유)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임대인이 변경되거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전입신고와 점유 외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경매 시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 기간 중 임대인이 변경될 경우,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채무가 새로운 임대인에게 자동적으로 넘어가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면책적 채무인수가 인정되려면 임차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이 반드시 필요하며, 임차인의 승낙은 본인의 채권을 포기하는 중대한 행위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임차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섣불리 승낙 의사를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임차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자신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배당요구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소유권 변동 시점과 자신의 전입신고, 확정일자 취득 시점을 잘 비교하여 권리 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