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원고 A가 언론사 피고 주식회사 B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이태원 참사 관련 안건 회의 중 발언하였는데, 피고 B가 보도한 기사 내용 중 ‘참사의 책임은 피해자들의 몫’과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다’라는 부분이 허위이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원고 A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2023년 6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 소속 기자는 이 회의를 방청하고 원고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참사의 책임은 피해자들의 몫’과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이 기사 내용이 허위이며 자신의 사회적 가치 및 평가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B에게 손해배상금 30,000,000원과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언론사가 보도한 원고 A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내용이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이로 인한 손해배상과 정정보도의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먼저 ‘참사의 책임은 피해자들의 몫’이라는 기사 부분에 대해, 원고가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발생과 관련하여 구조적 문제가 없다’, ‘재난의 당리당략적 이용으로 보인다’,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발생한 사고’ 등의 발언을 한 점과 다른 인권위원들도 원고의 발언을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압축적인 표현만으로 중요 부분이 허위 보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다’라는 기사 부분에 대해서는, ‘놀기 위해서’와 ‘몰주의해서’는 청취자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몰주의해서’라는 표현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점을 들어 기자가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언론매체의 기사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지, 단순히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지, 또는 의견과 함께 묵시적 사실을 적시하는지 구별할 때에는 해당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방법,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 연결 방법, 기사가 게재된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등 참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여야 합니다. 이때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면 세부적으로 약간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111579 판결 등 참조).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 보도가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 비판, 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인정해야 하며,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판결 등 참조).
언론 보도로 인해 명예훼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할 때, 보도된 내용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사실이 '허위'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언론 기사의 허위성 판단은 내용 전체의 취지를 바탕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니다. 세부적인 표현이 약간 다르거나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핵심 내용이 진실과 부합한다면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공직자나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의 비판이 공적 인물에 대한 감시, 견제라는 정당한 활동 범위를 넘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평가될 때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사람은 적시된 사실이 허위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발언 당시의 전체 맥락, 발언이 이루어진 배경, 그리고 발언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 등도 보도 내용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