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이 사건은 세입자인 원고가 집주인인 피고로부터 아파트를 임대받아 거주하던 중, 입주 직후부터 보일러 고장, 누수, 곰팡이 등 주거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음에도 피고가 이를 제대로 수선하지 않아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대인인 피고가 민법상 수선의무를 다하지 않아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과 함께 세입자 가족이 겪은 질병 치료비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다만 세입자가 청구한 일부 손해배상 항목과 집주인이 제기한 반소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세입자 원고는 2022년 8월 16일 집주인 피고 소유의 아파트에 대해 보증금 470,000,000원, 임대기간 2년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8월 28일경 가족들과 함께 입주하였습니다. 입주 직후인 2022년 10월경부터 보일러 고장, 베란다 누수 현상이 발생하였고, 보일러 패킹 교체 공사에도 불구하고 난방 및 온수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가 계속되었습니다. 2023년 1월에도 누수가 지속되어 2월경 베란다 결로 공사를 했으나 이후에도 보일러 오작동 및 누수가 멈추지 않아 3월경 아래층 입주자로부터 누수 항의를 받았습니다. 피고는 3월 말경 안방 바닥 배관 공사를 했지만 이후 안방에 곰팡이가 피고 보일러 이상 작동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원고와 그 배우자는 직장생활 중에도 수리를 위해 집에 머물러야 했고, 짐을 옮기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원고는 2023년 5월경 피고에게 계약 해지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고, 피고는 추가 배관 공사를 위해 15일간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며 분쟁이 심화되었습니다. 원고의 딸(2019년생)은 입주 직후인 2022년 10월 4일부터 2023년 4월 15일까지 약 16회에 걸쳐 감기 등으로 진료를 받았고, 진료비로 합계 54,000원을 지출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배우자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2023년 7월 12일경 임신 6주차에 유산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수선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 임대인의 수선의무 불이행으로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될 수 있는지 여부,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임차인에게 발생한 손해(치료비, 위자료 등)에 대한 배상 책임 및 범위, 임차인의 공사 거부 또는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
법원은 임대인인 피고가 임차 목적물의 수선의무를 다하지 않아 세입자인 원고가 아파트를 주거 목적으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과 더불어 일부 손해배상금(치료비 및 위자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원고가 청구한 중개수수료, 이사비용, 숙박비는 임대인의 수선의무 불이행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기각되었으며, 피고가 주장한 원고의 공사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임대인의 '수선의무'와 관련된 민법 제623조가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조항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단순히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임대차 계약 기간 동안 임차인이 그 목적물을 계약 목적에 맞게(이 사건의 경우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 수선의무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89883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아파트의 보일러 고장, 누수, 곰팡이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여러 차례의 공사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아 원고 가족의 주거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점을 들어, 임대인인 피고가 민법 제623조에 따른 수선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되며, 임대인은 보증금 반환뿐만 아니라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이 사건에서는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임대차 계약 기간 중 주택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