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 한 번쯤 길을 잃어봤죠? 그런데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 이게 길 잃기에 최적화된 미로처럼 변했다니 좀 황당합니다. 2014년 대대적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그 결과는 방문객들에게 '길 찾기 어려움'과 '살 게 없는 상권'이라는 혹평뿐입니다. 복잡한 구조, 줄지어 선 기둥, 낮은 천장, 그리고 하얀 벽들 사이에서 헤매는 방문객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25년 전 코엑스몰은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아쿠아리움부터 메가박스, 반디앤루니스 서점, 게다가 게임 방송국과 SK텔레콤 TTL존까지, 쇼핑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었죠. 특색 있는 독립 매장과 저렴한 보세 의류가 즐비해 소비자들 지갑을 열게 만들었어요. 만지는 네온사인의 미래 도시 같은 인테리어는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2014년, 무역협회가 리모델링을 통해 중고급 백화점 형식을 도입하며 균형이 깨집니다. 현대백화점과의 조율 실패로 무역협회가 운영권을 회수하고, 거액을 들여 리모델링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쇼핑몰의 고유 매력을 단숨에 흡수한 결과물.
길 찾기는 복잡하고, 좋아했던 문화 공간은 사라졌죠. 유명 브랜드만 가득 찬 중저가 쇼핑몰로 전락하니 구매 욕구도 감소합니다. 아이들과 방문한 가족, 단골 손님들도 길 찾기에 진이 빠지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 복잡한 구조와 모호한 테마 구분은 쇼핑몰 성공의 적신호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무역협회는 매년 최소 600억원의 임대료를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책임은 손 떼면서도 임대료 인상으로 사업 수익은 증가 중입니다. 과거 상인들과의 충돌, '코엑스몰 갑질 계약' 문제 등이 국정감사까지 활동 무대를 옮긴 상황이죠.
무역협회는 입체감과 통일감을 살린 최신 트렌드를 추구했다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트렌드'였을까요? 방문객 편의성 개선과 동선 효율화는 이루어질 듯하지만, 잃어버린 매력과 쇼핑객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임대를 위한 공간 구성과 방문객을 위한 공간 구성 사이, 그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한 실책이 오늘날 코엑스몰의 흥망성쇠를 보여줍니다.